뽀시래기 4

6월 텃밭에는

비온후 잡풀들이 많아졌다. 문학기행은 예상치 못했던 버스 투어였다. 왼쪽 어깨와 목이 굳어져버렸다. 잘 돌아가지 않는다. 스트레스 덩어리가 단단한 돌처럼 굳은 채 어깨와 목을 내리누르는 것 같다. 일찍 밭으로 갔다. 일요일 이른 아침, 밭에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초록과 바람과 맑은 공기가 내려앉아 있었다. 땅에 수분이 스며드니 풀이 많아졌다. 작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뽑아낼 풀들이 있어 다행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청소를 하듯 풀들을 뽑아 나갔다. 어느새 바케스 가득 풀들이 뽑혀 나온다. 이들도 이름이 있을 텐데 무식한 농부는 이름을 몰라 그저 잡풀이라 부른다. 풀들을 집 삼아 조용히 일요일 아침을 즐기던 벌레 가족들도 마른 하늘에 날벼락일 듯하다. 쪼금 미안해진다. 지난 수요일 오후에..

드뎌 다 심었다

그렇게 비가 안 오더니 지난주는 두 번이나 비가 왔다. 촉촉해진 땅에 멀칭 비닐을 씌워 세 개의 두둑을 만들어 두었다. 이제 거기에 가지, 오이, 토마토, 깻잎을 심으면 된다. 올해는 토마토를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은데.. 내가 가꾼 토마토로 파스타를 해 먹고, 홀 토마토를 만들어 보관해두고 싶은데... 자신이 없다. 토요일 아침. 운동 삼아 밭으로 나갔다. 부지런한 농부는 이미 새벽부터 밭을 가꾸고 있었다. 그에게 여러가지 도움을 받고 있다. 이제 남은 땅에 더 늦기 전에 심으라는 말을 듣고, 번개시장으로 갔다. 그의 조언대로 좁은 두둑에 땅콩을 심어보기로 했다. 땅콩 20포기, 오이 6포기, 가지 4개, 토마토 6개, 들깻잎 모종 6개, 그리고 '환경 아낌이' 조카가 심어 달라는 수세미 2개를 샀다...

루콜라 파종

어쩌다 수요일이 공강 일이 되었다. 수업이 없다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학기 토요일 출근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토요일 대신 가급적 수요일을 토요일처럼 쓰자고 결정했다. 주 5일을 일하고 2일을 연속하여 쉬는 삶의 리듬에 매우 익숙해져 버렸다. 평일의 중간에 하루를 출근하지 않는다고 일이 없는 건 아니다. 학교로부터 전화를 받아 처리해야 하는 일도 수없이 있고, 학생에게 오는 문자도 토요일과는 전혀 다르다. 내게는 토요일 같은 수요일이라지만 그들에게는 여전히 수요일이므로. 오늘 수요일은 더욱 부지런해야 한다. 개인으로서 나와 조직원(?)으로서 내가 처리해야만 하는 일들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 오로지 나만을 위해 독서하는 시간을 과감히 없애고, 온라인 강의 준비부터 했다. ..

밭 만들기

밭을 만들기 위해 밑거름을 주었다. 지난주 비가 와서 촉촉한 땅을 찾았더니 주인아저씨가 로터링을 해 두었다. 삽으로 땅을 깊게 파서 뒤집어 주고, 쇠스랑으로 돌을 골라냈다. 호미로 땅을 고르게 평평하게 펴주었다. 지난겨울에 심은 양파가 그럭저럭 자라고 있었다. 제대로 고정하지 않은 탓에 비닐이 벗겨진 부분의 양파가 아직 미숙하다. 옆 밭의 양파와 비교하면 나의 양파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 것이 확연히 비교된다. 주인을 잘못 만난 탓이다. 괜히 미안하다. 겨울 동안 방치한 시금치는 씩씩하게 자랐다. 조카에게 몽땅 캐라고 했다. 이들이 지금 나의 식탁에 샐러드가 되어 있다. 감사할 따름이다. 겨울을 난 부추가 제법 푸른빛을 띠며 다시 자라고 있다. 수업이 없는 날 오후에 모종을 사서 옆에 심었다. 이제는 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