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현 5

사랑의 기초. 한 남자, 2022-38

알랭 드 보통 저, 우달임 역(2012), 사랑의 기초 한 남자, 문학동네. 도시적 감성이 섬세한 정이현 작가가 첫 독자의 말을 열어 호기심이 갔다. (불타는 사랑이 완성이 결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째튼) 불같은 사랑을 하던 남녀가 부부가 된 후 펼쳐지는 더도 덜도 아닌 일상의 모습이라는 글 때문에 과연 결혼을 한 부부 관계가 그리고 사람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궁금했다. 그래봤자 인간관계 대부분이 그렇듯이 CBC. 하지만 대부분 시작은 거창하니까. 결혼이라고 별 차이가 있을리 없겠지. 작가는 말했지. 라고. 뭘 그렇게 참고 견디는지 궁금하기는 하다 싶은 마음이었다. 정이현 작가와 알랭 드 보통이 작품으로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았다는 사실은 소설을 다읽고 알았다. 정이현 작가의 소설 '사랑의 기초; 연인들'..

알지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 2022-5

정이현 소설 (2018). 알지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 현대문학. 타인의 일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자신의 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을 바라지 않는 현대인. 간혹 그것을 평화나 안전지대라고 생각하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안정이라고 착각한다. 따지고 보면, 무엇이든 언제라도 쉽게 부서질 수 있는 것들임에도 그것을 자신의 공간 혹은 영역이라고 믿고 그 안에서 일상을 유지하려는 태평하고 태연한 자세. 그런 이들의 이면에는 절대 내 것이 다치거나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두려움이 있다. 우리의 이런 미숙함을 그대로 물려받은 아이들. 어처구니없게도 아이들은 친구라는 이름의 존재를 악랄하게 괴롭히고, 괴로워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괴롭다 못한 아이는 스스로 죽는 선택을 한다. 사람은 세상을 더욱 안정되고 평..

19. 정이현(2012). 사랑의 기초_연인들

정이현(2012). 사랑의 기초_ 연인들, (주)문학동네. 서른살, 약 이년 동안. 각자였던 두 사람이 만나 다시 각자가 되어가는 시간의 얘기. 처음의 설렘, 공통점을 찾아 기뻐하는 시간. 익숙해져 가는 시간. 익숙함이 편함으로 바뀌는데 걸리는 잠시의 행복. 편함이 권태로움이 되고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크게 다가오는 데 걸리는 시간. 그리고 이미 각자인 그들이 진짜 각자가 되는데 필요했던 아주 긴 시간. 작가는 이를 이라 했다. 서로가 다치지 않고, 서로의 삶이 달라지지 않고, 서로를 비난하지 않는 이별. '민아'와 '준호'는 서로를 '완벽한 추억'으로 기억할까?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이런 표현들이 참 좋다. 사랑의 시작은 모든 것이 달콤하니까. 그저 평범하고 우연했던 각각의 사건으로 서로가 엄청난 인..

15. 정이현(2009), 너는 모른다

정이현 장편소설 (2009). 너는 모른다, 문학동네. 가족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아내와 헤어지고 스무 살이 넘은 남매를 가진 상호는 중국인 화교 주옥영과 다시 결혼한다. 그리고 늦둥이 유지를 낳는다. 전처소생의 딸 은성과 아들 혜성은 제멋대로인 엄마와 거친 아빠를 가진 탓인가 일찌감치 깊은 상처를 입고 성장한다. 은성은 혼자 학교 앞에서 방탕하고 제맘대로 산다. 혜성은 새엄마, 아빠 그리고 이복동생 유지와 같이 산다. 의대에 합격할 정도로 높은 지능을 가졌고, 아무 문제없는 듯 보이지만 내면의 상처 탓인지 늦은 밤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남몰래 홀로 뛰쳐나가 불을 지르는 습관을 갖고 있다. 어느 일요일, 새엄마는 대만으로 오래된 연인을 만나러 떠나고 유지가 사라진다. 유지의 실종으로 드러..

9. 정이현(2006), 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2006). 달콤한 나의 도시, 문학과 지성사. '정이현' 작가를 몰랐다. 이렇게 많은 소설을 생산하였음에도~~ 김민철의 책에서 발견하고, 도서관에 있는 6권의 그녀 책을 빌렸다. 그 중 가장 먼저 쓰인 책이 이다. 32살 오은수, 유희, 재인의 이야기 그리고 이들의 남자들 서른즈음을 통과하는 21세기 초의 여성들의 삶(직업), 사랑, 가족 그리고 선택에 관한 이야기 통화연결음으로 어떤 음악을 깔아 두었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성향이 대번에 드러난다. 최신가요만을 골라 이틀이 멀다 하고 바꾸는 사람에게는 첨단 유행에 대한 강박이 느껴지고, 처연한 클래식 연주곡만을 고수하는 사람에게서는 일말의 허영이 묻어난다. 컬러링 설정을 하지 않고 따르릉 소리를 그냥 놔둔 사람은 게으르거나 무심하거나 소심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