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여선(2020). 소설집 아직 멀었다는 말, 문학동네.
도서관을 매일 기웃거리며 읽을거리를 찾는다. 신문을 훑어보고, 잡지를 들여다본다. 빽빽하게 꽂혀있는 낡고 생생한 종이 틈새를 나름의 방식으로 돌아다닌다. 어느 날은 지쳐 그냥 나온다.
그럴 땐 신착도서 코너가 가장 만만하다. 추천도서가 아니라 그 날 도서관으로 배달된 무작위의 책들이 있을 뿐이다.
기억하기 적당한 수의 책들이 범주별로 정리되어 있다. 두 손이 닿을 수 있는 적당한 거리의 책들을 부담없이 갖고 나온다. 소중한 나의 주말을 채워 줄 선물이 될지는 아직 모른다. 다 읽어봐야 안다. 그래서 좋다.
이번 주는 이 책이었다. 나는 권여선 작가를 잘 모른다. 몰라서 일부러 들고 왔다.
모르면 기대도 없으니까.. 그래서 부담없어지니까...
그냥 편집된대로 순서대로 읽기만 하면 된다. 다 읽었다.
가끔은 남의 책에 줄도 그어버렸고, 옮겨 적기도 했다. 옮겨 적고 나서 옆에 내 말을 조금 끼워넣기도 했다.
책에 대한 느낌은 뭐랄까.
젊은 작가들의 책을 읽다가 솔직이 지쳐버렸다. 그들의 기발한 생각이 참신하기도 했지만 반복하다보니 뭔가 힘들었다. 그러다 대가의 작품을 읽었다. 세상과 삶에 엄청한 내공이 느껴졌다. 감히 도전 의식이 생기기도 했다. 내 삶의 끝에도 이런 멋진 한편의 글이 탄생하길 꿈꿔 보기도 하고, 반대로 그들처럼 세상에 대한 여유가 생겨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이 보이기를 원하기도 했다. 그러려니 아직 경험이 부족했다.
이 책의 마지막 소설 <전갱이의 맛>을 읽으며 작가를 검색했다. 평론을 읽으면서 낯선 평론가도 검색했다.
<권여선> 작가가 내 맘속에 들어왔다. 다른 책들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남은 그녀의 소설집이나 장편 소설을 이어 읽을 작정이다.
권여선 작가의 작품에 입봉했다. 그녀의 작품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품격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직접적이지 않으나 할말을 다하는 고단수를 만난 기분이다. 세상에 대한 예민한 감성이 섬세하면서도 결국 사람 탓을 하지 않았다. 해옥과 민수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 <친구>를 읽으면서는 이게 뭔가 싶기도 했다. 잊어버렸던 뇌에 박힌 가시에 다시 느낌이 왔다. 소설이 내게 세상에 대한 관심을 잃지 말라고 한다. 그것이 결국 너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굳이 자신을 향하지 않더라도 결국 내게로 돌아온다고 한다.
또 한가지
책의 편집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지만 이 책은 매우 좋은 순서를 가졌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냥 그렇게 느낀다(2020.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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