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규(2014). 그림 소담 간송미술관의 아름다운 그림, 디자인하우스.
최근 간송미술관의 귀중한 국보 소장품이 경매로 나와 유찰되었다는 뉴스가 있었다. 일제 시대 간송 전형필이 사재를 털어 지킨 문화재를 소장하는 개인 박물관이 간송미술관이다. 여기에 어마어마한 것들이 있음은 누구라고 안다.
돈이 있다고 다 문화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돈만 있다고 그림을 사고 문화유산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돈을 주고서라도 꼭 있어야 하는 것 들으면 돈의 가치보다 앞서는 것이다. 전형필은 돈이 많아서 그것들을 지킨 것이 아니라 지켜야 했기에 그나마 자신이 갖고 있는 돈이 쓰였던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시간은 이제 간송의 그런 마음으로부터 멀어져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돈이 필요했고 돈을 위해 그것들을 팔아야 한다고 하고 있다. 안타까울 뿐이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았을 때 그런 안타까움이 작용했을 것이다.
책속의 그림이나 저자의 설명은 매우 격조 높다. 좋아서 표현하기 어렵다.
책 속의 한쪽을 옮겨 적는 것으로 홀로 이 책의 그림과 글들을 읽는 동안 얼마나 즐거웠는지 표현할 뿐이다.
그림 소담 166쪽
독락
'천지의 사이에 다시 어떠한 즐거움이 이것을(혼자 노는 즐거움을) 대신할 만한 것이 있는지 모르겠다.' 중국 송나라 문인 사마광(1019~1086)이 지은 '독락 일기'라는 글에 나오는 구절이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 자신의 내면 깊이 들어가 귀 기울일 수 있다. 또 말이 그친 대신에 시각과 청각이 예민해져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 들리지 않던 것이 보이고 들린다. 이때 천지만물과 교감할 수 있는 감성이 고조되며 물아합일이 이루어져 은은한 환희에 젖어든다. 화가라면 이 심정을 그리고 싶을 것이고, 음악가라면 이 기분을 소리로 표출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옛 화가들은 홀로 즐기는 인물들을 화폭 속에 즐겨 담았다. 그 선비들은 물고기를 낚거나 시를 쓰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등 홀로 노니면서 시끄러운 세상을 잠시 잊는 기쁨을 누렸다. 그림 감상 역시 마찬가지다. 홀로 있는 사람 그림을 감상자가 마주한다면 훨씬 쉽고 깊게 감정이입이 될 것이다. 이 순간 세상에는 저 그림 속 인물과 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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