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레 요코 지음(2014), 이소담 옮김(2020).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북포레스트.
코로나19로 인해 올해의 휴가는 물 건너 갔다. 조카와 꿈꾸었던 스페인 여행을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지난 학기를 돌이켜보면 많은 것이 달라졌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한 일상이라고 툴툴거렸던 것들이 너무 변해버렸다.
직장인인 나에게 출근이 묘한 지점에 머물어 있다. 원래라면 학교에서 강의준비를 하고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평가 등등을 해야한다. 그러나 지난 학기부터 한동안 학교나 강의실 혹은 연구실에서 해야할 일을 집에서 했다. 새로운 형태의 일에 적응하고 수행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죄충우돌 우왕좌왕. 어째튼 학기가 끝났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여전히 일상을 흔들고 있다.
재택 근무도 업무이다. 그러나 평상복을 입고, 더부룩한 머리채로 집에서 하는 일은 일이기는 하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 경계에서 지난 날의 일상을 지켜내는 것은 어렵다.
휴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나름의 방법을 찾아 나서는 듯하다. 나는 꾸준히 독서를 한다. 지난 주말은 이 책으로 보냈다.
2014년에 일본에서 출간된 책이 2020년에 번역본이 나왔다. 번역이 늦어도 너무 늦다. 이러면 곤란하다.
작가는 일본에서 매우 유명하다. 그의 소설, <갈매기 식당>도 영화화되어 많은 사람들이 보는 영화라고 알 고 있다.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제목만 봐도 평화롭지 않은가. 나는 이 소설을 같은 제목의 일본 드라마로 먼저 보았다. 4부작의 짧은 드라마이다. IPTV를 검색하다 우연찮게 보게 되었다. 제목이 주는 평화로움 때문에 끌려 보았다. 따뜻한 이야기에 따뜻한 화면 그리고 따뜻한 사람들 때문에 몇번을 봤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보았다. 특히 피곤하고 지치고 힘들 때마다 찾아봤다. 볼 때 마다 복잡하던 마음이 수욱하고 가라앉았다. 그리고 여유를 찾아 주었다.
알라딘에서 책을 뒤적이다 신간 출간 소식에서 소식을 접하곤 바로 예약 주문했었다. 한참 그냥 꽂아두고 이번 주말에 보았다. 아키꼬와 시마짱, 그리고 고양이 타로. 드라마와 소설의 구조는 비슷했지만 주변 인물 설정과 에피소드는 많이 달랐다. 아끼꼬의 성격 묘사도 매우 달랐다.
드라마의 아끼꼬는 스마트하면서 이성적이고 자신 소신이 뚜렸하면서도 따뜻한 사람이었다. 소설의 아끼꼬는 스마트하지만 감성적이고 잘 흔들리는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다. 둘다 따뜻함을 갖고 있지만 드라마 속의 아끼코가 훨씬 안정적이서 안심되는 캐릭터이다.
드라마를 소설로 만들던 소설을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던 역시 각각 독립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각자의 매체에 맞게 새로 탄생된 또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230쪽 분량으로 2권으로 되어있는 소설은 손에서 놓기 어려울 정도로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고, 읽기를 끝난 지금도 마음이 따뜻하고 녹록해져 있다.
소설 속 타로 처럼 예기치 않게 먼길을 떠난 내 강아지 <또삐>가 생각나 아키꼬가 타로를 생각하며 한없이 울었을 때 나도 따라 울기도 했다. 사람이 잘 살기 위해 매일 먹어야 하는 산소같은 밥(빵), 따뜻한 국(스프) 그리고 허물없는 동무(친구, 고양이든 강아지든 남편이든 아내든~~)가 있는 삶은 언제나 노란빛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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