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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2019). 레몬

Jeeum 2020. 8. 3. 18:40

권여선(2019). 레몬, 창비.

 

두번째 권여선 작가의 작품을 읽었다. <아직은 멀었다는 말(2020)>에서 품격을 느꼈다면, <레몬(2019)>에서는 치열한 삶에 대한 경외심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생이 아니라 구체적인 개인의 삶에 말이다. 그의 삶의 갈피갈피에도 의미같은 것이 있었을까? 아니, 없었겠지. 없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떤 삶에도 특별한 의미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의 삶에도 언니의 삶에도, 내 삶에도 아무리 찾으려 해고, 지어내려 해도 없는 건 없는 거라고, 무턱대고 시작되었다 무턱대고 끝나는 게 삶이라고.'

 

염세적 냄새가 짙은 문장으로 시작하지만 작가는 결코 평범할 수 없는 이들, 평온할 수 없는 사람들 -  내세울 백하나 없는 한만우와 선우 그리고 난쟁이 엄마, 언니가 죽고(살해되고?) 바닥까지 떨어진 삶을 포기하지 못하고 복수를 꿈꾸다 유괴까지 하게되는 다언과 엄마, 완벽해보이지는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윤태림 등-에게 안타까운 시선을 끝까지 보내고 있다.

 

'나는 궁금하다. 우리 삶에는 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는걸까? 혹시라도 살아 있다는 것, 희열과 공포가 교차하고 평온과 위험이 뒤섞이는 생명 속에 있다는 것. 그것 자체가 의미일 수는 없을까. 우리 언니 해언도 곧 날아갈 버릴 새처럼 그렇게 따쓰하고 향기롭게 살아있지 않았던가. 찰나에 불과한 그 순간순간들이 삶의 의미일 수는 없을까.'

 

삶의 의미에 대한 작가의 질문에 스스로 이렇게 대답하면서 마무리된다. 안타깝게 짧은 시간을 머물다간 아름다운 소녀 해언과 한많은 이 세상을 한오백년은 커녕 반백도 못살고 죽은 한만우의 삶에도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내 나이쯤 되면 굳이 삶의 의미를 먼 하늘에서 찾지 않는다. 더욱이 지금은 다람지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의 소중함을 잃어버린 시간. 삶의 의미를 새삼 집어보는 것에 의미를 찾기 어렵다. 다만 그저 누구나 자신의 하루하루를 평화롭게 보내기에 바쁜 시절이다. 그래서 누구나 매일의 일상 자체를 의미로 생각하고 부지런한 개미처럼 움직여나가는 것이다.

 

소설을 보며 드는 한가지의 의문. 왜 <레몬>이었을까? 레몬 레몬 레몬 복수의 주문에 왜 레몬과 노랑이 사용되었을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