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산문(2019). 잊기 좋은 이름, 열림원.
1. 이유
사람들은 늘 묻는다.
소설가에게
"당신은 왜 글을 쓰는가?"하고
우리는 늘 묻는다.
자신과 타인에게
"당신은 왜 사는가?"
김애란은 답한다.
'누군가 우리에게 삶이, 인생이, 역사가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는데 굳이 왜 그런 수고를 하느냐 묻는다 해도 할 수 없었다.'
이유를 물어도 답은
그냥 사는 거라고....
그렇다. 이미 오십을 훌쩍 넘기며 살고 있는데~~ 사는 이유를 굳이 붙여야할 까닭이 있을리 없다.
2. 이름
우리 모두의 근원.
누군가 한 사람을 불러야 하면 무의식에서 그저 튀어나오는 이름. 엄마...
그리고 내 정체성의 중심
가족
우리의 성장과 세월을 함께하면서 한때 가장 소중했다가 다시 잊혀지고, 또다시 기회가 되면 어쩔 수 없이 소환되어 아픔이 되기도 하고 기쁨이 되기도 하는 많은 이름들
작가는 <잊기 좋은 이름>이라 쓰고 잊지 못해 아프다고 소리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3. 문장
'~~~ 바닥 군데군데 유리가 깔려 그 밑으로 물고기가 보이는 식당처럼 그렇게 어떤 장면, 어떤 문장 아래로 스윽~ 스윽~ 헤엄쳐 다니는 그림자 같은 사연이 있다. 작가가 쓰지 않는, 그러나 드러난 문장을 받쳐주는 '문장 바깥의 문장들이'
' 어떤 문장에는 꽃술 위 꽃가루마냥 시공이 묻어난다. 글쓴이가 원고를 꾸리는 동안 맡은 냄새, 들은 소리, 만난 사람, 겪은 계절이 알게 모르게 배어난다. 눈에 보이지 않되 파도의 운동에 관여하는 명백한 힘처럼, 먼데서 큰물을 잡아당기는 달처럼 그런다. 그중에는 글쓴이가 아는 문장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내게 연필이 가장 필요한 순간은 책 읽을 때다.'
'어떤 문장 아래 선을 그으면 그 문장과 스킨쉽하는 기분이 든다. 종이 질과 연필 종류에 따라 몸에 전해지는 촉감은 다르고 소리 또한 그렇다. ~~~ 어디에 줄을 칠 것인가하는 판단은 순전히 주관적인 독서 경험과 호흡에 따라 이뤄진다. 그렇게 줄 긋는 행위 자체가 때론 카누의 노처럼 독서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과 리듬을 만든다.'
'부사는 과장한다. 부사는 무능하다. 부사는 명사나 동사처럼 재 읾에 받침이 없다. 그래서 가볍게 날라오르고 허공에 큰 선을 그린 뒤 '그게 뭔지 알 수 없지만 바로 그거'라고 시치미를 뗀다. 부사 안에는 뭐든 쉽게 설명해버리는 안이함과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는 안간힘이 들어 있다. '참' '퍽' '아주' 최선을 다하지만 답답하고 어쩔 수 없는 느낌. 말이 말을 바라보는 느낌. 부사는 마음을 닮은 품사다.
'작가들은 그 말 주위를 부지런히 싸돌아다닌다. 삶이 가진 진부함의 잔등은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면서. 그러다 가끔은 말들의 뒤뚱거림 속에서 또 새로운 박자를 발견해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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