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권여선(2016). 안녕 주정뱅이

Jeeum 2020. 9. 13. 08:37

권여선 소설집(2016). 안녕 주정뱅이, 창비.

 

1. 피하고 싶은 원초적 낱말 : 술

 

<주酒류문학>이란 말이 낯설다.

술이 주는 흐트러짐, 극단, 비행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술을 부르는 세상의 불균형, 지친 인간의 고통스런 표정 등. 마주 대하기 거북하여 피하게 되고 마는 낱말. 술

 

하지만 술을 마시는 행위를 들여다보는 작가는 자신의 말에서 그러했듯이 술 때문에 소설가가 되었노라 했다.

 

"술자는 내 뜻대로 시작되지 않고 제맛대로 흘러가다 결국은 결핍을 남기고 끝난다. 술로 인한 희로애락의 도둘이표는 글을 쓸 때의 그것과 닮았다. '술'과 '설'은 모음의 배열만 바꿔놓은 꼴이다. 술을 마시기 위해 거짓 '설'을 연기하던 나는 어느덧 크게도 아니고 자그마하게 '설'을 푸는 小설가가 되었다."

 

 여기에 대해 평론가는 "이 세상 모든 무신경한 존재에 대한 순수한 혐오감을 작가적 자산으로 키워가고 있다.(신형철)" 고 한다.

 

술에 취하고 싶은 순간도 구구절절 핑게를 대며 혼자의 공간으로 도망치고 말았던 용기없던 내가 보인다.

 

2. 술을 부르는 세상

 

'삶에서 취소할 수 있는 건 한가지도 없다. 지나가던 말이든 무심코 한 행동이든. 일단 튀어나온 이상 돌처럼 단단한 필연이 된다.'

 

세상에는 필연이라고 믿었던 진실이 우연으로 해결되는 일이 많다. 문정은 관희가 사라진 이유를 10여년이 지나서냐 알게된다. 누구의 탓이라고 할 수 없지만.. 지나치게 비극적인 관희의 마지막을 알게됨으로서 도저히 마시지 않고는 살 수 없게 된다.

 

술을 멀리해야 하지만 오히려 술을 먹어야 견딜수 있는 삶도 있다. 죽음을 앞 둔 췌장암 수환, 자신과 닮은 그를 지켜보는 영경. 자신의 불행을 잊기위해 마셨던 술은 오히려 삶을 갉어먹어 버렸음에도 술을 버릴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잊기위해 마신다. 그리고 모든 기억을 버렸다.

 

3. 환상을 부르는 술

 

알콜중독 소설가 그녀는 숲속의 예술인 숙소에 머문다. 점심을 먹고 오후면 커피잔에 소주를 부어 마신다.

 

어느 날, 그는 시력을 거의 읽은 위현을 만나 종일 술을 마신다. 그러나 위현도 술을 마셨던 행위도 시간도 모든 그녀의 환상이다. 알콜중독 때문이다. 알콜 중독 상태에 빠진 그녀를 통해 작가는 말한다.

 

'과거는 말입니다. 어떻게 해도 수정이 안되는 끔찍한 오탈자. 씻을 수 없는 없는 얼룩, 아무리 발버둥쳐도 제거할 수 없는 요지부동의 이물질입니다.'라고     

 

환상 속에 위현과 술을 마시면서 자신을 지켜보던 달의 시선을 느끼기도 한다.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번갈아가며 사는 술에 취한 그녀가 위험하다. 마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 처럼

 

4. 고통은 숨길 수 없다

 

사람 속에 셀 수 없을 정도의 감정이 숨어있다. 그 중 가장 감출 수 없는 것이 아픔, 고통이다. 고통스런 표정은 가장 솔직한 것이다. 솔직한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각자의 몫이지만~~

 

누군가의 얼굴과 몸에 고통이 비쳐나오면 가능한 우리 모두 함께 술을 마셔주자. 최소한 그정도는 할 수 있으면 좋겠다.

 

P.S. 어이없게 이런 생각을 하며 일요일 아침, 책 한권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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