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2013). 28. 은행나무.
이틀 동안 몇 번을 엉엉 울면서, 치를 떨면서, 후회를 하면서 읽었는지 모른다.
소설을 읽으면서 언제 이렇게 울었는지 아득하다.
끔찍해서 울고,
인간으로 스타와 쿠키에게 미안해서 울고,
내 강아지에게 미안해서 울고,
재형의 마음에 이입되어 울고,
소설 속 빨간 눈 괴질로 봉쇄된 화양시가 80년대 광주를 닮아 울고,
우리 사는 지금이 소설 속 화양이어서 눈물이 났다.
울다 읽다가
이렇게 우는 것이 소설 때문인지
나 때문인지 헷갈렸다.
울며 읽다보니 주말이 다 지났고,
소설 읽기도 끝이 났다.
국가가 이렇게 잔인해도 되는 것인지,
갇혀버린 28일 동안 인간은 이래도 되는 것인지
죽음에 대한 공포가 나와
가족에게 덮쳐올 때
빛의 속도로 튀어나오는 인간의 야비한 본능에 치가 떨렸다.
작가는 전염병이 휩쓸고 있는 인구 29만의 도시를 단 28일 만에 폐허로 만들어 버리고,
주인공마저 저리 독하게 죽여가면서 희망을 과연 말하고 있는 것인가?
어린 날, 재형이 알래스카 설원에서 살기 위해 쉬차와 연결된 끈을 끊어버렸던
잘못 아닌 잘못을
평생 동안 죄책감으로 지고 살게 하고,
종래에 성난 기준을 구하기 위해 링고를 안고, 링고에게 목이 물린 채 죽는 것으로
우리에게 구원과 희망을 주려고 했던 것인가?
작가는 구제역 때문에 생매장당하는 돼지들을 TV 화면에서 보고 충격으로 소설의 시놉시스를 썼노라 했다.
아무리 중한 생물이어도
반려견이라는 이름으로 아무리 물고 빨아도
우리가 괴질 앞에 그들을 버리고, 죽이고, 살아있는 채로 묻어버리는 잔인함을 가진 포식자임을
지나치게 리얼한 문장으로 묘사했기에
울었고, 미안했고, 두려웠다.
2020년 코로나 19 속에서 우리가 저지르는 많은 것들,
1980년에 광주에 저질렀던 우리들의 잘못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2013년의 작품이 2020년을 예언하고 있다.
영화 <컨테이젼>이 그랬듯이
뛰어난 소설가는 이미 오래전 지금의 재난과 재앙을 앞서 보고 있었을지도~~
코로나 19 시대의 모두가 꼭 읽었으면 하는 소설이다.
읽는 동안 무서워 외면하고 싶더라도 꼭 끝까지 읽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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