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TRIP

제주 올레 : 가파도 10-1 코스

Jeeum 2021. 4. 30. 06:59

4월 올레 여행 두 번째 코스

가파도 올레 10-1코스

상동포구 ~ 가파치안센터 4.2km

 

작년 이맘때 날씨 때문에 포기했던 올레이다.

 

2020 제주 올레 뉴스레터

 

무사히 모슬포 운진항에 제시간에 도착했다.

4월의 푸른 하늘과 바람에 유혹받은 사람들은 나만이 아닌가 보다.

북적북적

시끌시끌

소란스런 티켓 발매장이다.

 

배를 타니 10분도 안되어 가파도에 닿았다.

제주의 섬

손이 쉽게 닿지 않는 곳.

 

이렇게 가까운 곳이라니!!!

 

상동포구에 내린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긴 방파제를 따라가니, 곧바로 올레 코스를 알리는 표지석이 눈에 띈다.

어제에 이어 다시 스탬프를 찍는 즐거움.

이 묘한 성취감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조카는 도장 하나도 그냥 찍지 않는다.

완벽하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는 아이.

굳이 그럴 필요가 있니? 얘야^^

 

올려다보기 힘들 만큼

짙푸른 하늘을 지붕 삼아

오늘도 올레 리본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어제 13코스와 같은 '혼란'이 없길 바라며,

가파도의 바다에 넘치는 흥겨운 물결과 바람을 맞으며 걷는다.

 

전체 4.2km의 짧은 거리

오르막도 내리막도 없이 평탄한

천천히 걸어도 2시간이면 충분하다는 얘기를 믿고

천천히 천천히 즐기기로 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상동마을 '할망당'이다.

사방이 바다인 작은 섬마을 사람들에게 

자신들을 지켜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든든했었을까?

얼마나 고맙고 소중했었을까?

고맙고 든든한 이에게 

믿음과 사랑을 주는 것 당연한 일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가파도 사람들'은 지금도 여전히 

수호신 할망을 위한 제를 지낸다고 한다.

 

올레 코스에는 없는 가파도 '하동마을'에 가면

같은 할망당이 하나 더 있다고 한다.

 

우리는

상동포구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바다를 따라 걷는다.

바다를 바라보는

마을에는 귤빛, 초록빛 슬레이트의 낮은 지붕이

돌담과 나란히 보인다.

그 모습이 바다에 고마운 마음을 담은 듯

소박하고

겸손해 보인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돌담 아래 그늘 아래

영리한 냥이 한 마리 누워서 우리를 맞는다.

 

큰 왕돌을 지났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모호하다.

바다에 구름을 닮은 흰빛의 파도만 없었다면

어디가 하늘인지 바다인지 구별이 어려울 만큼

 

바다를 바라보는 이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바다를 보고 있는

고모는 또한 무슨 생각에 잠긴 걸까?

 

같은 것을 보지만 같지 않는 사람들^^

 

사람 사는 세상의 또 다른 이치가

가파도의 바다에서 또다시 나를 깨운다.

 

작은 돌들을 쌓아

 소망을 얘기하는 가파도 아이들

 

<우리들이 만드는 가파도 이야기>

가파 어린이 소망탑

 

아이들의 소망이 귀에 들린다.

작은 꽃들도 아이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듯하다.

저 멀리 바다 너머 '마라도'가 있다고 

알려주는 간세가 나타났다.

오늘따라 간세의 빛깔이

하늘과 바다, 그리고 바람에 더 잘 어울린다.

 

그렇구나. 저기가 ~~

 

멀리 마라도가 보인다.

 

가파 초등학교 쪽을 향해 들어간다.

가파도의 Main Street

여기부터는 좌우로 보리밭이다.

 

보리밭에 들어가지 말라는 방송이 반복된다.

들어가지 말라고 쳐놓은 줄 뒤로 누군가 밟은 흔적이 깊다.

채 자라기 전에 밟힌 보리들이 너무 많다.

미안하다.

 

보리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청청한 어린 보리가 아니라

이젠 성숙한 익어가는 보리이다.

맑게 개인 하늘을 벗 삼아

스스로를

익혀가는 보리의 마음씀이 넉넉하다.

 

집담과 돌담을 보며 걷는다.

 

가파도의 돌들은 모나지 않았다.

끝없이 밀려든다는 가파도의 파도를

고스란히 받아들인 돌들이 부드러워졌다

깎일 대로 깎여나가 알맹이만 남아 있다.

부딪쳐나가는 것은 힘들지만

결과물은 뿌듯한 흔적으로 남는다.

 

그리하여 그 돌은

누군가의 집에 담이 되어주고,

누군가의 아픈 자리엔 소망의 탑이 되고,

지친 누군가에겐 휴식이 되고

위로가 된다.

그저 만지고 느끼는 것만으로 위로가 된다.

 

감사할 따름이다.

 

가파도에서 가장 높다는 전망대를 지키는 하르방들 때문에 

빵 터져버렸다.

어머! 세상에

반갑다고 Heart(Thank U, Love)를 날려온다.

함께 입이 째질 듯 웃어버렸다.

아예 이렇게 하라는 듯 포즈를 잡기도 한다.

누가 이렇게 하르방을 만들어 둔 것인지^^

 

이제 북쪽을 보며 섬의 중심을 걷는다.

좌우론 여전히 보리밭이다.

 

"보릿밭 사잇길로 걸어가는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노래가 들리는 듯하다.

 

멀지만 산방산과 송악산이 바로 보인다.

여기가 작년 올레 소식지 사진을 찍은 곳이구나 싶었다.

같은 사진을 찍고 싶었다.

 

자전거가 위태롭게 좁은 길을 달린다.

손에 쥔 핸들이 흔들거리고 있는데

동행인의 사진까지 찍으려 드니 더욱 위태롭다.

어이! 청년들

해변길은 몰라도

섬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길에서는 모두를 위해 

자전거는 금지~~

어때?

 

다육이가 가득한 편의점에서

맛본

청보리 미숫가루 한잔

정말 시원하고 맛있다.

 

끝도 없는 보리밭을 걷다 보니

다시 바당길이다.

 

해변 도로가에 뜬금없이 자리한 알록달록 책상과 걸상

거기에

젊은 청년이 앉으니 딱 어울린다.

역시 모든 것에는 어울리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

 

그러나

사실 시윤은 더위에 멍 때리고 있는 중이다.

 

가파도 북쪽을 바라보면

6개의 산이 보인다고

 

한라산, 산방산, 송악산, 군산, 고근산, 단산

 

3개는 알겠는데

군산, 고근산, 단산은 대체 어느 것인지

알려주면 좋겠다.

 

바닷가에 사는 나무들은 이파리마저 특이하다.

바람의 힘 때문인가

싱싱한 초록 이파리들이 돌돌 말려있다.

 

제단을 지난다.

이제 종점이 멀지 않은 듯하다.

 

가파도 아티스트 레지던스

 

이곳에서 이금희 작가의 소설

<복자에게>가 탄생했던 것일까?

저 높은 집에서 바다를 보며 어떤 영감으로 

소설을 썼는지 궁금해졌다.

'고오리'의 다랑초등학교, 영초롱이와 복자 그리고 고오세

다시 한번 읽어볼까 싶어 진다.

 

배 시간에 몰려 <태봉왓>까지 걷지 못했다.

 

이제 종점이다.

늠름한 간세와 함께

최종 스탬프를 찍고 기념 인증샷

 

언제나 그렇듯

고마워!!

 

항구를 향한다.

이제는 관광이다.

 

가파도 사진관

색공방 '가파도'에서

시윤이 모자도 샀다.

이쁜 벽화를 하나씩 보며 걷는다.

잘 닦인 길이어서 힘도 안 든다.

 

마을 강당에서는 사진과 그림 전시회를 보고,

가파초등학교와 김성숙 선생을 만나면서

한걸음 한걸음 왔던 길로 돌아가려는 중이다.

 

'가장 제주다운 섬 가파도'

보리 아이스크림을 먹고

우린 다시 레인보우호를 타고 떠났다.

 

메밀꽃이 피는 가을

캐리어를 끌고 다시 한번 오리라고

약속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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