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47. 두 방문객

Jeeum 2021. 9. 11. 20:41

김희진 (2019). 두 방문객, 민음사.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22. 

 

윤고은(밤의 여행자들), 조남주(82년 김지영), 정세랑(보건교사 안은영), 장강명(한국이 싫어서) 등등. 요즘 아주 핫한 젊은 작가들의 장편이 민음사의 젊은 작가 시리즈를 통해 많이 출간된 듯하다. 솔직하게 말해 앞선 최민석 작가의 <미시시피 모기떼의 역습>에서 어이없이 역습을 받고(?), 나름 상처 받은 내 영혼을 달래줄 것으로 기대하고 뽑아 든 책이다. 여름의 끝자락에도 따가운 햇살 아래 풍덩 뛰어들고 싶어지는 수영장이 표지인 것도 의미심장했고, 뒷 표지의 문장에도 호기심이 뿜뿜 생겼다. "너희들 누구니? 내 집에 온 이유가 뭐야?" 대체 이유가 뭘까? 싶었다. 아들을 잃은 엄마 '손경애' 자세한 리뷰는 다 읽고 난 다음으로^^


다  읽고 나니 가슴부터 아프다. 부모보다 앞선 아들의 죽음이 사고를 위장한 자살이라는 사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이유가 성정체성으로 인한 현실 도피라는 것을 두 명의 방문객으로 인해 3년 만에 알게 되는 엄마다. 손경애는. 그러나 엄마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아들의 특별한 사랑을 받아들이고, 아들의 선택을 인정한다. 그 속이 타들어갈 것 같은데 엄마는 역시 엄마인 것이다.

 

또 한명의 안타까운 사랑을 하는 여자. 전수연. 대학 1학년 그 아리던 시절에 만난 세현을 사랑하지만 애초에 세현은 여성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떠나려고 하지만 떠날 수 없다. 세현과 상운의 사랑을 보호해주면서 스스로의 사랑은 포기할 수도 접을 수도 없었던 여인. 소설 속에서 가장 안타까운 인물은 수연이었다. 언제나 허기져 보이던 그녀의 언어들이...  

 


독일의 여름에 대한 문장이 신선했다. 독일의 여름이 우아하다고. '습하지 않아서 그냥 견디게 되는 독일의 여름에는 늘 겸손함이 느껴졌다. 밤 10시가 되어 가도 낮이 살아 있는 독일이 여름밤. 그래서 의도치 않게 오래오래 책을 읽게 되고 마는 독일의 도시들(8쪽)'. 독일의 여름이 그렇게 신선했었는지를 억지로 떠올려 보았지만 내게는 우리나라만큼이나 더웠던 기억들만 남아 잘 이해가 되지 못했다. 하이델베르크의 별다방에 에어컨이 아예 없던 것도 그래서일까. 내가 잠시 있었던 2019년의 여름만이 비정상이었던 것일까.  


어머니의 손이 차가워서 더 눈물이 났다. 내 엄마도 모르는 아를 알게 된 상운이 어머니. 이제 나에게도 그런 엄마 하나가 생긴 것이었다. 나를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엄마가. (198쪽)

 

세현이는 상운 씨가 남긴, 처음이자 마지막 연애편지를 아직 뜯어보지 못했다. 너무 궁금하기 때문에 열어보는 걸 미루는 것라고 그는 설명했다. 기다리는 데서 오는 설렘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은 것이었다.(193쪽)

 

아들이 숨기고자 한 두 개의 진실이 내 온 생을 울리고 또 울렸다. 너무 가혹해서 차가워져 버린 여름이었다.(189쪽)

 

남자애를 향한 여자애의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알 것도 같았다. 하지만 어떤 관계에서 싹튼 사랑이든 사랑한 만큼 도돌려 받을 수 있는 사랑이라는 것은 없었다. 계산기로 두들겨 플러스 마이너스 '0'이 되는 감정의 교환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숫자 놀음은 수학에서나 가능하다는 걸 여러에는 왜 모르는 걸까. 나는 상운이를 잃고 나서야 알았다. 일방적으로 사랑하고픈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은, 살아 숨 쉬고 싶은 이유가 된다는 것을. 사랑은 사랑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것이지 사랑받는 것으로 시작되는 게 아니었다.(68쪽)

 

역시 엄마의 언어가 가장 많이 가슴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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