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48. 자전소설

Jeeum 2021. 9. 11. 20:51

자전소설 (2010). 축구도 잘해요, 도서출판 강.


도서출판 '강'에서 만든 자전소설이라는 제목의 소설집이 시리즈가 있나 봅니다. 우연히 뽑아 든 단편집인데 자전소설 1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친숙한 작가들의 이름이 많습니다. 정이현 작가의 '삼풍백화점'은 작가의 다른 단편집에서 읽은 기억도 납니다. 물론 다시 읽었습니다. 

특별히 자전소설이라고 정한 이유가 있겠지요?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면 작가의 생각에서 나온 글들 가운데 완전히 작가와 분리된 스토리나 인물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자기 자신이 아니라고 하지만 어쩌면 한결같이 흐르는 인식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어느 순간 작가 자신의 사유 틀을 거치지 않고 만들어지는 글이 있나 싶습니다. 작가가 지닌 생각의 틀이 갖는 모양과 색으로 변형되고 여과되어 만들어진 것이 작가의 글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세상의 모든 소설은 자전소설'이라고 지적한 문학평론가 '신수정'의 글에 공감이 갑니다. 

이번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성석제 선생의 <홀림>입니다. <홀림>에서는 "아이는"이라는 주어로 글이 시작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다리를 다 건넜다. 문득 돌아서서 아이를 바라본다. 아이가 아이를 본다."라는 문장으로 마무리 합니다.

맨 마지막 문장 만 유일하게 줄을 바꿉니다. 단 하나의 단어만으로 끝을 맺습니다. "웃는다."

다행입니다. 웃으면서 아이가 아이를 바라볼 수 있어서..... 나도 함께 웃습니다.

단 한줄의 줄 바꿈도 없는 소설이었습니다. 읽는 동안 답답했던 이유가 그것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아이가 하는 행위도 생각도 바뀌어 가는데 여전히 화자는 아이입니다. 처음에는 아주 이상했습니다. 읽기를 마치고 나니 이유도 모른 채 공감하고 있습니다. 매우 큰 인상이 남았습니다. 줄 바꿈 하나 없는 문장은 쉴 틈 없이 걸어가는 우리들의 인생인 것 같았습니다. 작가의 삶이기도 한 것이 나의 것임을 알았습니다. 읽는 동안 숨이 가빴지만 읽고 나니 행복해졌습니다. 

 


그리고 박민규 작가의 <축구도 잘해요>는 사진이 여러 편 실려있어 무척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본인의 전생이 마릴린 몬로라고. 이후의 글도 무척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었습니다. 그래도 소설적 재미가 있어 웃으며 봤습니다. 날씨 흐린 가을날, 기차 안에서 읽으며 혼자 킥킥거릴 수 있었습니다. 책을 보다 나도 모르게 짓는 표정을 마스크가 가려주었습니다. 덕분에 마음대로 인상도 쓰고, 입을 벌려 웃었습니다.

 

아직도 편차치가 큰 작가의 정신세계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애초에 무리라고 생각한지 오래지만 그래도 한 번씩 충격을 받습니다. 그래도 날마다 조금씩 하는 독서가 좋습니다.

 

가을을 책읽기 좋고, 생각을 정리하며, 메모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학기가 시작되어 무척 바쁘지만 시간을 쪼개어 시간 덕분에 책도 보고 메모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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