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2007).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비룡소.
<완전한 행복>을 읽고 작가의 초기작에 관심이 갔다. 처음부터 그녀가 이런 소설을 썼었는지.. 아님 별도의 과정이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도서관에서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라는 첫 장편을 찾았다. 이제껏 읽었던 작가의 소설과는 다른 명랑청춘 소설이어서 몰입도가 크진 않았지만 내공있는 그녀답게 처녀작도 볼륨은 대단했다. 모두 읽는 데 일주일 정도 걸렸다. 읽는 동안 킥킥거린 부분이 꽤 있었다. 웃긴 부분이 많았다. 웃다가 살짝 <진이, 지니>가 생각나기도 했다. 마지막 부분에 가서 이 소설이 단순한 성장소설이나 청춘명랑소설이라고 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와 무인도에 남겨진 준호, 승주 그리고 정아. 세명의 고등학생. 그곳에서 만난 고래떼의 울음과 몸짓.
준호, 승주, 정아 할아버지 그리고 루즈벨트라는 커다란 개. 이들은 목적도 사연도 다르지만 우연하게도 준호가 타야하는 트럭에 함께 타게 된다. 경기도 수원에서 전라도까지 좌충우돌, 조마조마 , 아슬아슬하게 숱한 사연을 남기며 이동해온다. 친구 규환을 대신해 머나먼 여정을 떠나지만 불청객들 때문에 과정은 점점 더 난감하고 복잡해진다.
그러나 그 속에는 사랑, 우정, 이웃, 행복과 불행, 현재와 미래 등 그 시절에만 할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이 깔려 있다. 거기에 아픈 우리의 역사까지 - 오월 광주-까지.. 역시 빛고을의 여인답다.
작가의 말에서 울컥했다. "만약 우리 인생에도 스프링캠프가 있다면" 이 한줄을 노트에 쓰고 매일 들여다 보았단다. 사라진 무엇인가가 거기에 숨어 있을 것만 같았단다. 기다리면 누군가 말을 걸어오리라 믿었는데 정말로 말을 걸어왔고 그길로 망설임없이 걸어 들어갔단다. 거기에 다섯여행자가 있었고 그들과 미로같은 여행을 했노라 했다.
나도 새노트를 사고, 거기에 한줄 써 볼까. 매일 기다리며 들여다보면 누군가 말을 걸어주고 말을 걸어줄 때 그저 걸어가면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을까. 그것이 새로운 나의 삶에 시작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소설 <7년의 밤>, <종의 기원>, <28>, <진이, 지니>, <완전한 행복> 그리고 원점으로 돌아가 <내인생의 스프링캠프>를 읽고 비로소 나는 그녀가 처음부터 '신나는 모험이야기' 아니면 '겁나는 심리 스릴러'를 쓰고 싶었던 것을 알았다. 그리고 결국 '심리 스릴러'에서 그녀의 '종'이 엄청난 소리를 내며 울렸다는 것을 알았다. 대단하다.
누군가 우울감이 몰려와서 힘들다고 할 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러면 <80일간의 세계일주>처럼 <톰소여의 모험> 처럼 신나는 기분이 들거라고 말을 걸것이다.
"네 고래는 안녕하니?"
역시 그녀를 만나면 질문해야 한다. 정말 고래의 울부짖음을 보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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