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커피 일가, 2022-4

Jeeum 2022. 1. 16. 19:21

나는 지금껏 살면서 창업을 꿈꿔 본 적이 없다. 나이가 들고 직장인으로 이제 정년을 향해 가는 지금에서야 '창업'이 얼마나 중요한가, 의미 있는가를 생각해보지만 그렇다고 새삼 창업을 하고 싶지는 않다. 하물며 내가 만든 가게를 100년이 넘도록  운영하거나 자식과 손자까지 대를 이어 할 수 있다고 꿈꿔 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노포'가 갖는 가치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노포'라고 이름 지어진 가게나 장소는 오랜 동안 '시간'이 만든 무엇인가가 있어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든다. 오래된 한옥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닮았다. 매우 소중하다. 

 

'고스트 북스'에서 발견한 '커피 일가'는 교토(정말 가고싶다!!^^)의 노포 카페 '로쿠요샤'의 역사를 저널리스트 '카바야마 사토루'가 정리 기술한 책이다. 교토에 갈 때마다 들렸던 '이노다 커피'나 '신신도' 만큼 오래된(70년) 노포이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으나 아직 가본 적은 없다. 교토는 일본 내에서도 카페 문화가 매우 발달한 곳이어서 정말 개성적인 카페가 많다. 그 가운데 로쿠요사가 있다. 

 

 

1946년 만주에서 '작은 커피점'을 한 '오쿠노 미노루'와 아내 '야에꼬'. 이들은 어렵게 만나 만주에서 결혼을 하고, 교토에서 다시 찻집(킷사텐) '코니 아일랜드'를 한다. 2년 후 우연한 기회에 '로쿠요사'를 시작하여,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이 성인이 되는 동안 세상이 엄청나게 바뀌어도 로쿠요사의 커피 마스터로서 살아간다. 1970년대에는 장남 타카시, 차남 하지메 그리고 삼남 오사무(가수 겸업)와 같이 카페를 해 나간다. 자연스럽게 아버지로부터 아들로 대를 이어가고 다시 손자 쿤페이로 이어진다. 일층에서 시작한 카페는 자하점으로 확장되고,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로 폐업이 이어지는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도 지금까지 카페는 유지되고 있다. 책을 쓴 기자도 교토 사람들도 로쿠요샤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시간이 지나고 시대에 맞추어 함께 하는 사람도 바뀌고 영업의 형태도 바뀌지만 할아버지 미노루와 할머니 야에꼬의 생각을 기반으로 한 로쿠요사의 기본을 지켜나가려고 자식과 손자는 애를 쓴다. 앞으로 100년이 되고, 다시 100년이 지나갈 때까지 로쿠요사뿐만아니라 교토의 노포인 이노다 커피도 신신도도 스마트 커피도 츠바메도 계속되기를 바란다.  케이뷴샤도 오래도록 남아있기를 바란다. 

 

창업을 하고 대를 이어 시간을 만들어가는 가족들. 그들의 서사가 한마디로 '멋지다'. 한마디로 정리하며 책읽기를 마쳤다. 코로나가 끝나면 가벼운 마음으로 교토로 건너가 가장 먼저 로쿠요샤의 커피와 도넛을 마시고 싶어졌다. 그때가 어서 빨리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