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시골은 그런 것이다, 2022-29

Jeeum 2022. 5. 8. 22:51

마루야마 겐지 (2008).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바다출판사.

 

정여울 작가의 책을 읽다 마루야마 겐지가 했다는 말 "어딜가든 삶은 따라온다."는 말이 목에 걸렸다. 그렇다. 산다는 것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지금 여기가 싫다고 도망간 다한들 거기라고 삶이 없을 리 없는 것이다.

 

혹독한 생활, 경쟁, 가족 부양, 도시의 팍팍한 삶, 내 자신보다 조직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며 살아온 삶. 정해진 어느 날 정년은 찾아오고, 아니면 또 어느 날 이러다 미치고 말 것 같은 생각으로 무작정 떠난 시골 살이. 마루야마 겐지는 이런 사람들이 열이면 열 실패한다고 단언한다. 어딜 가든 삶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좋은 계절에 만난 시골에서 힐링과 치유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시골도 도시만큼 혹독한 곳이라는 사실을 모른다고 단언한다. 경치만 좋아하다 절벽으로 떨어지며, 풍경이 좋다는 것은 그만큼 살아가는 환경이 열약하다는 의미이며, 심심해하는 시골사람의 표적이 되어 욕을 얻어먹고 심지어 살인사건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살벌한 얘기를 대놓고 한다.  

 

건강을 위해 시골을 찾지만 오히려 시골에서 골병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시끄러운 도시를 피해 시골로 오지만 농한기 아주 약간을 제외하면 오히려 시골이 더 시끄럽다고 살아보지도 않고 생각으로 상상하며 시골을 선택하려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한다.

 

그렇다. 장소가 뭐가 중요한가? 도시에 살든 시골에 살든 스스로 홀로 서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장소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는 어떠한지 되돌아본다. 제주 송당리 '식물집사' 도 그렇게 말했다. 시골로 오려면 일찍 와야 한다고. 시골살이에 정착하는 데 못 걸려도 10년은 걸린다고. 정년을 마치고 오는 분들은 시골에 살만해지면 건강 때문에 병원을 찾아 다시 도시로 돌아가야 하더라고. 이제 정년이 가까운 내가 망설이는 이유도 이 때문일지도...

 

막연한 기대로 시골살이를 선택해서도 안되고, 텃밭농사 조금 지어보고 퇴직금을 부어 시골에 땅을 사들이는 것은 무모이며, 날 좋은 날 여행으로 잠시 보는 시골을 한적하고 푸름이 가득해 힐링되고 기분 좋아 지지만 언제나 항상 내가 원하는 대로 시골이 그런 모습을 보여줄 리 없다. 굳이 마루마야 겐지의 거친 언어를 듣지 않아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얼마든지 예측 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제목이 책을 읽게 만든 이유는 여전히 혹시나 하는 기대하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한가지는 분명하다. 홀로살 수 있을 만큼 자신을 지킬 수 있다면 사는 장소가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힐링 열풍이나 커지는 귀촌 행열에 연연하지 않고 어디서 살든 잘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이웃도 나도 안정된 삶을 누리는 것. 이것이 달라질 수 있는 곳은 없다. 살아가는 이 누구에게든 가장 중요한 삶의 철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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