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나의 베란다에는 소멸된 풍로초를 담았던 화분에 울긋불긋 국화를 담겼다. 집안의 온도가 조금씩 내려가면 베란다로 쏟아지는 햇살이 더욱 소중하다. 오늘은 바람마저 조금 거칠다. 열었던 문을 닫으니 덜컥거리는 소음이 멀어진 구름마냥 잦아든다. 손이 닿지 않는 먼 하늘에 구름이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것이 보인다. 바람 아래 국화 화분이 더욱 화려하다.
일년에 한두번 왕성한 생명력으로 자라는 장미허브를 꺽꽂이 했다. 더운 여름을 피해 서늘해진 틈에 빌려 납작한 틴 화분(원래는 동태탕이 담겨 있었던)에 작은 잎을 꺽어 꽂았다. 한잎도 상하지 않고 잘 자랐다. 기특하다. 고맙다. 언제나 그렇듯 나도 너처럼 늘 새롭고 초록초록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거기에 좋은 향기까지......
내친 김에 웃자란 아기들을 잘라(말이 너무 거칠다) 화분을 정리하고 새로 심었다. 한포기도 죽지 않고 살아있다. 적당하게 따뜻한 가을 햇살이 준 생명이다. 아직 어린 데도 향기는 충분하다. 장미허브 만으로도 넉넉한 나의 베란다 꽂밭이다.
얼마 전 빈 토분에 오랫 동안 갖고 싶었던 '아스파라거스'를 심어 왔다. 까다롭다고 여겼는데 바람과 물을 잘 챙겨주었더니 마른 잎 하나 없이 잘 자란다. 가을하늘이 높아지는 시월이 되니 가는 줄기가 마디를 달고 쭉 솟아 올랐다. 그러더니 마디마다 잎이 생겼다. 길고 가는 줄기를 따라 하늘거리는 가는 잎들이 조금씩 자랐다. 신비롭기 그지 없다. 만지면 아기 속살마냥 부드럽다.
마지막으로 바이올렛이다. 건강한 잎을 잘라 물에 꽂아두면 뿌리가 난다. 그렇게 키운 바이올렛이다. 두 개의 화분이 건강하지 못해 약간 그늘을 만들어 바람길을 열어두고 여름을 보냈다. 아파 보이던 이파리가 반질거리며 건강하고 통통한 잎들이 화분에 가득 찼다. 이제 꽃을 기다리며 햇살아래 두었다. 겨울이 가까우면 보라색 꽃이 피어날 것이다. 꽃을 기다리며 바이올렛을 환한 햇살 아래로 옮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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