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여름이 왔다. 어젯밤에는 베란다 문을 양쪽으로 열어둔 채 잠을 잤다. 그럼에도 춥지 않았다. 이제 여름이다.
여름이 성큼 다가온 나의 베란다 꽃밭에는 햇살이 뜨거워진만큼 오히려 시원해진 바람만한 싱싱한 초록들이 가득하다. 작년 겨울 병든 노인의 머리카락처럼 쓸쓸하게 가지만 무성하던 트리안 하트를 몽땅 싹둑 잘라냈더니 방울방울 이파리들이 이슬처럼 가득 달렸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여름은 수국의 계절이다. 수국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름꽃이다. 시원하게 물을 뿌려줄 때마다 쑥쑥 자라 오르는 이파리 그리고 보랏빛 꽃송이. 나의 베란다의 수국은 모두 두 그루이다. 화분이 작아선지, 영양이 모자라서 인지 두해 전부터 크게 꽃을 피워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보랏빛 수국 꽃이 무려 네 송이나 피었다. 크게 기대하지 않아서일까 기쁨이 배가 되었다. 아침마다 창을 열어주고, 시원하게 물을 뿌려준다. 싱싱한 수국 꽃을 조금이라도 오래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수국 옆 작은 스치로폼 박스에 금호강변에서 가져온 나팔꽃 씨앗을 심었다. 왕성한 생명력의 나팔꽃은 금세 싹이 나고 일주일 사이에 덩굴이 무섭게 자라 오른다. 다이소의 작은 펜스로 나팔꽃의 성장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얘들아. 미안한데~~ 적당히 자라주렴. 대신 꽃은 많이 많이 보여주렴. 하고 말을 걸고 있다. 그래도 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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