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팔꿈치를 주세요

Jeeum 2023. 8. 18. 06:34

황정은 외(2021). 팔꿈치를 주세요, 큐큐.

2023-44

 

황정은 <올빼미와 개구리>

안윤 <모린>

박서련 <젤로의 변성기>

김멜라 <논리>

서수진 <외출금지>

김초엽 <양면의 조개껍데기>

 

아직 어린 혹은 젊은 여성 작가들의 단편 모음집인가 거기에 그저 황정은 작가가 맨 앞에 배치되어 있을 뿐인가. 반납해야 한다. 일단 빨리 읽자. 했더니 알고보니 <큐큐퀴어단편선4>

 

이렇게 허술하다. 책을 들고 다니면서도 모른다. 책은 책장에 꽂아야 보이는 걸까. 모두 읽고나니 책의 가장 뒷편에 북펀딩에 참여한 사람들의 명단을 보였다. 검색을 하고서야 비로서 알게 된 사실. 무지한 나는 작가 황정은의 책을 모두 보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황정은'의 이름으로 검색된 모든 책을 빌렸을뿐... 이 책이 방학 중 읽은 그녀의 마지막 책인데.. 알고보니 단편이어서 그것도 다른 분들과 같이 있는 책이어서 읽는 순서 상 맨뒤로 밀렸는데(나는 장편소설이 언제나 먼저다). 읽고나니 나름의 재미와 의미가 있었고, 다른 책도 있다는 것을 알고 다시 검색하니 벌써 5권이나 출간되었고, 심지어 첫번째 책(사랑을 멈추지 말아요, 2018)은 알라딘에서 이미 절판되어 있고.

 

어째튼 모두 읽었다.  모두 퀴어 작품이다. 퀴어 세상이라고 특별할 것도 없다. 그들의 사랑이라고 다를 바 없다. 끌리고 만나고 가까워지고 사랑하고 갈등하고 헤어지고 죽고 다치고 다시 만나고 화해하고...... 그들도 평화롭게 살기를 바라고.자신들의 사랑을 믿고 싶어하는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다. 

 


 

황정은과 김초엽을 제외한 다른 작가들의 이름이 낯설다. 이 중 안윤과 김멜라 작가의 이름을 기억할 것 같다. 기회가 닿으면 그녀들으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황정은 <올빼미와 개구리>

 

작가노트 :

너무 얇고 조그맣지만, 소중해.

사랑해.

 

그녀는 밝은 사람이다. 어둠의 빛깔을 띠고 살고 있고, 그런 것들에 관심이 많아 보이지만(이것조차 나의 착각일지도), 긍정과 햇살 쪽에 서있다는 데 한표. 사랑을 여전히 믿고 소중함을 지키려는 사람이라는 것. 부서질 듯 아슬아슬하지만 붙들고 있다는 것. 그래서 그녀는 좋은 사람이다.

 

안윤 <모린> 

 

'미란씨는 무엇인가를 나중에 잃는 것보다 처음부터 없는 게 나은 것 같다고 했었죠. 나중에 잃게 되는 건 너무 가슴아프다고요. 둘 중 하나만 택해야 한다면 난 나중에 잃는 것을 선택할 거에요. 그 두 세계를 살아보는 거잖아요. 어쩌면 새 세계인지도 모르죠. 있음과 없음. 그 둘을 연결하는 잃음. 나는 나한테 주어지는 모든 세계를 빠짐없이 살아보고 싶어요.'(57쪽)

 

작가노트 :

 

'한 사람의 역사는 그가 무엇인가를 어떻게든 받아들이며 살아본 행보와 맞닿아 있겠지요. 나름의 고통이 없는 인생은 어디에도 없을 거에요. 우리 한사람 한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속도로 그것들을 받아들이며 살아왔지요. 그렇게 살아왔고, 살아가겠지요. 받아들인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 질문에 대한 정답은 찾을 수 없는 것이기에  하나의 정답이 아닌 다른 여러개의 대답. 곁에 살아 숨쉬고 있는 모든 삶들이 들려주는 대답을 귀기울여 듣는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썼습니다.' 

 

독자로서 나도 같은 마음으로 책으 읽습니다.

 

김멜라 <논리>

 

'과카몰레의 말에 깊고 진한 향기가 얼굴에 퍼지며 콧등이 아려온다. 향기나는 거품과 물줄기가 얼굴로 흘러 내리는 것 같다.나는 손으로 땅을 짚고 눈을 감는다. 저 여자가 엘리 마음을 펼치고 있구나. 말린 꽃잎이 찻물 안에서 잎을 펼치듯 우리 애 마음을 펼치고 있다."(147쪽) 

 

 딸을 떠나지 못하는 엄마의 영혼은 딸 옆에서 마음을 어루만지는 콰카몰레의 말에 그저 운다. 말랑말랑해지는 말. 나도 그렇게 닮고 싶다. 

 


팔꿈치를 주세요. 안윤의 <모린>에 나오는 말이다.

 

시각장애인 영은과 낭독봉사자 미란이 처음 만나 서로를 알게 해준 말. '팔꿈치를 주세요."는 시각장애인이 자신을 안내해준 정안인에게 부탁할 때 하는 말이다. 시각장애인은 눈이 보이는 사람과 나란히 서서 걷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 시각장애인이 오른편 반보 뒤에 서서 왼손으로 반보 앞의 사람의 오른쪽 팔꿈치를 잡고 걷는다.  이말은 누군가의 걸음을 시작하게 해주는 말이다. 특수교육과 학생들의 수업에서 한번 들려주고 싶다. 퀴어기때문에 문제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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