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해가 지는 곳으로

Jeeum 2024. 1. 20. 21:43

최진영(2017). 해가 지는 곳으로, 민음사.

 

2024-6

1/21~

 

최진영 작가와의 세 번째 만남

 

인간의 세상이 멸망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죽어갔고, 죽음이 창궐하는 곳에는 세균보다 사람들이 일으키는 폭력과 살인과 약탈만 남았다. 살기위한 것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참혹한 상황만이 남는다. 살기위해 길 위에 선 사람들. 목적지도 모르는 채 해가 지는 방향으로 서쪽으로 서쪽으로 차갑고 황량한 시베리아를 걷는다 . 왜 하필 서쪽인가.

 

류, 단, 해림과 해민. 류는 해림을 바이러스로 잃고 한국을 떠났다. 도리와 미소는 자매다. 하나뿐인 엄마가 죽고 듣지 못하고 말을 못하는 동생 미소를 보살피며 차가운 대륙 위를 걷는다. 지나는 딸과 가족을 지키겠다는 마음 하나뿐인 잔인한 아빠와 함께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지나. 아빠는 모든 재신을 모아 팔고 총과 음식을 챙겨 차에 싣고 러시아를 달린다. 건지는 학대받던 아이다. 지나가 건지를 살렸다. 가엾은 건지를 사람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지나 뿐이다. 건지는 선택의 여지없이 지나의 가족과 같이 힘든 길을 간다.  

 

이미 러시아는 멸망이고 죽음의 땅이다. 한치를 알 수없는 땅은 무법천지이며 불법천지이고 전쟁이고 참혹이다. 서로를 죽이고 약탈하며 그저 하루하루를 버틴다. 

 

근데 작가는 사랑을 말한다. 인간성이 사라진 곳에서 인간이 사람남을 유일한 방법이 사랑이라고 한다.  사람으로서 살기를 원할 수 없는 곳에서 사람으로서 살아남으려는 지나, 도리, 미소, 건지 그리고 류와 그의 아을 해민.

 

그녀의 소설에 대해 평론가는 말한다. 소설은 이전에 비해 훨씬 참혹해진 끝에 더없이 애틋해진 사랑 안에서 인물들과 우리를 마주하게 한다. 

 

편협한 독자인 나는 초반부에 바이러스로 멸망한 세상을 2017년에 이야기한 소설가의 예지력에 감탄했고, 잔혹과 참혹 속의 퀴어 사랑이라니. 다소 유치하고 간질거려 아주 조금 실망했다. 그러나 소설 속 상황이 이렇게 나빠질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그 속에서 여전히 인간이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얘기가 지루했지만 따뜻하고 희망적이어서 좋았다. 독자가 이렇게 단순해도 되나. 모르겠다. 아무래도 좋다.  지금 나는 너무 복잡하니까. 복잡한 소설도 단순화시켜 그저 읽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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