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쾌락독서

Jeeum 2024. 2. 21. 20:53

문유석(2018). 쾌락독서, 문학동네.

2024-10

 

2/17~2/21

 

무라카미의 소설 <도불벽>을 읽다 지쳐 끼어 읽기 시작했다. 작가의 이름이 매우 익숙한데..... 기억은 나지 않는다. 읽은 책도 기억이 없다. 즐거움으로서의 독서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기를 

 

무라카미의 난해함을 무사히 끝까지 감당한 나니까 적어도 이 책을 읽으면서는 가볍게 웃을 수 있기를, 읽기 시작한다.

 

맞는 말이다. 지금 내가 사는 세상에는 책이 많아도 너무 많다.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끝이 없다. 때문에 잘 골라읽을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아직 잘 골라 읽을 줄 모른다. 내 취향의 글이 무엇일까 생각해봐야 겠다. 문유석은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이렇게 말한다.  

 

어개에 힘빼고 느긋하게 쓴 글(=자랑질 하지 말자)

하지만 한 문단에 적어도 한 가지의 악센트는 있는 글(이건 왠지 이해된다)

너무 열심히 쓰려고 애쓰지 않았는데 잘 쓴 글(잘쓰는 것과 열심히 쓴 글이 다르긴 하지만 열심히 쓴 결과 잘 쓴 글이 된 건 아닌가. 이건 좀 어렵다)

갯과보다는 고양이과의 글(앵, 난 개과도 좋은데....)

시큰둥한 글(이건 나도 별로)

천연덕스러운 깨알 개그로 킥킥대게 만드는 글(이게 어렵다)

이쁘게 쓰려고 해쓰지 않았는데 촌스럽지도 않은 글(대체 이걸 어떻게 구분하지?)

간결하고 솔직하고 위트 있고 지적이되 과시적이지 않으며 적당히 시니컬한 글(그런 당신이 까다로운 거다.) 54쪽

 

그런 의미에서 하루키, 김연수, 김영하, 스티븐핑거, 황현산을 거론한다. 왠지 까다로운 취향인데 알 듯하다. 하지만 난 여전히 하루키가 어렵다.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우리의 모국어는 이렇게 서늘하게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황현산, <밤이 선생이다>이다에 대한 문유석의 글)

 

"독서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세상에 쉬운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독서란 정처없이 방황하며 스스로 길을 찾는 행위지 누군가에 의해 목적지로 끌려가는 행위가 아니다.(132쪽)

 

"인간이란 누구나 대체로 찌질하고 인생이란 누가 반사판을 대주지 않기에 영화처럼 반짝반짝 빛나지 않는다. 범속하고 남루하고 지리할 때가 대부분이다. 자기 인생을 소설로 쓰면 대하소설 몇 개가 나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혼자 생각일 뿐이다. 가끔 글에 자기 치부까지도 적나라하게 고백할수록 뭔가 대단한 글이  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남이 길에서 똥싸는 걸 진지하게 봐줄 의무는 누구에게도 없다.(136쪽 하하하, 맞는 말이다)  


 

이제껏 낄낄거리게 만들다가 끝에 와서 울게 만든다. 저자의 작전인가. (웃다가 울다가! 지금 나 뭐하는 것임?) 지극히 충분하게 개인주의자 독서가의 재미와 웃음에 책을 읽는 이유를 찾게 하더니 왜 마지막에 나의 감성을 자극하는가? (당신은 아무 의도가 없다할 수 있지만) 이미 나는 예민한 부분이 건드려졌다. 

 

"가까스로 비명이 멈췄고 물결도 잔잔해졌다. 갑판 바로 옆까지 다가온 혹등고래는 눈을 들어 우리를 바라봤다. 고래의 표눈은 무표전한 물고기의 눈과 달랐다. 새끼를 위해 지구 반바퀴를 헤엄쳐온 포유류의 눈은 따스했다. 물론 이 시선에 뭔가 의미를 부여하고 위로받고자 하는 것 또한 인간의 어리석음이다. 그래도 우리에겐 그런 어리석음이라도 있기에 견뎌낼 수 있는지 모른다. 쉽게 보답이 주어지지 않는 삶을. " (343쪽)

 

"삶을 이루는 것 중 상당수는 사실 습관이고, 습관이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것이다. 사람들은 죽기전에 이구아수폭포를 보고 싶다, 남극에 가보고 싶다 등 크고 강렬한 비일상적 경험을 소원하지만 이것은 일회적인 쾌락에 불과하고,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 자체가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저자의 말에 의지해 생각해보면 나는 비교적 좋은 습관 루틴을 갖고 있는 편이다. 가끔 그게 지나친 강박은 아닐까싶은 때도 있다. 책읽기나 쓰는 행위의 재미도 아는 편이다. 밀린 숙제를 하듯 시작하지만 읽다보면 쓰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를만큼 재미있기도 하니까. 어서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이유가 책을 보기 위해서일 때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일단 당분간 지금처럼 살아나가 보자. 이제 머지않아 시간이 남아도는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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