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Jeeum 2024. 2. 24. 06:32

패트릭 브링리 (2023).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웅진지식하우스. 

2024-11

2/20~

 

원제 'All the beauty in the world' 

 

<동기>

 

뭔가 엄청 재밌을 것 같지 않은가. 미술관의 경비원. 그가 보는 것들. 어떻게 보았을까. 인간은 관찰과 추론으로 이론을 만들고 진리를 설명한다고 했는데...... 

 

<읽기 시작했을 뿐인데>

 

시작은 분명 흥미였다. 형을 잃은 뉴욕의 엘리트가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일이라고 하는 유명한 미술관의 경비원이 되었다. 경비는 작품을 지키기 위해 관객들 사이에서 일한다. 관객과 작품과는 무관하게 철저히 개인적인 일이다. 그러나 그는 일을 하는 동안 감각적으로 작품과 사람들을 보고, 느끼고, 경험했을 것이다. 하루에도 수천의 사람들이 찾는 거대한 미술관에서 경비원이 보는 사람들과 작품들이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그저 흥미를 느겼다.

 

현재 3장까지 읽었다. '흥미롭다'라는 원색에 가까운 진한 단어는 삼가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저자가 다시 삶을 찾기위해 노력한 처철한 시간의 결과물이었다. 저자에게 작품과 사람들이 위로와 치유를 주고 있다. 그래서흥미롭다는 표현은 삼가하고 싶어졌다. 또한 그의 문장들이 매우 아름답다. 언어란 놀라운 것이다. 웃긴 문장도 있고 아름다운 문장도 있으니 말이다. 직전에 읽은 책 <쾌락독서>와 굳이 비교해본다.< 쾌락독서>가 킥킥거려야 하고 크게 웃어야하는 예능같은 책이었다면, <나는 메트의 경비원입니다>는 문장 자체가 예술품이어서 잠시 머물러야 하고 생각을 다듬어야 하는 깊은 아름다운 문장이 가득하다 아름다움 앞에서는 누구나 겸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읽는 맛이 풍부한 책이다.

 

<이른 아침 마음에 도착한 문장들>

 

"이런 생각에 이르자 갑자기 전시실 안의 낯선 사람들이 엄청나게 아름다워 보인다. 선한 얼굴, 매끄러운 걸음걸이, 감정의 높낮이, 생생한 표정들. 그들은 어머니의 과거를 닮은 딸이고, 아들의 미래를 닮은 아버지다. 그들은 어리고, 늙고, 청춘이고, 시들어가고, 모든 면에서 실존한다. 나는 눈을 관찰 도구로 삼기 위해 부릅뜬다. 눈이 연필이고 마음은 공책이다. 이런 일에 그다지 능숙하지 않다는 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사람들이 입고 돌아다니는 옷과, 남자친구나 여자친구와 손을 잡거나 혹은 잡지 않는 몸짓에서, 머리를 다듬고, 면도를 하고, 내 눈을 마주하거나 피하고, 얼굴과 자세에서 기쁨이나 조급함, 지루함이나 산만함을 보이는 방식들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그리고 내가 보는 대부분의 것에서 말로 표현할 수 있는 확실한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저 이 장면에 깃든 눈부심과 반짝임을 바라보며 기쁨을 만끽한다."(152~153쪽) 

 

"브뤼헐의 이 명작(곡물수확, 작품번호 19.164)을 바라보며 나는 가끔 이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흔한 광경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평생 노동을 하고 궁핍한 삶을 살아가면서 가장 흔한 휴식을 취하고 다른 이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너무도 일상적이고 익숙한 광경을 묘사하기 위해 피터르 브뤼헐(네덜란드 화가)은 일부러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광활하게 펼쳐진 세상의 맨 앞자리를 이 성스런 오합지졸들에게 내주었다."(164쪽)

 

스스로 오합지졸임을 알기에 여기 이 문장에 머무르는 것인가? 나는 지금 무척 피곤하다. 왜 이렇게 많은 일을 해야하는지 그것이 감사한 것인지 무리한 것인지 혼란스럽다. 지금 여기. 일이 없다고 가정하면 두렵고, 두려워하는 내가 불쌍하다. 일에 빠져있는 순간은 재밌고 성취감도 크고 생생하게 살아있음도 느끼는데. 왜 이런 불행감을 느끼는지 혼란스럽다. 그걸 오합지졸이라 하는거야. 또다른 내가 말한다. 1565년 16세기 네덜란드 시골에서나 2024년 대한민국 대구의 우리들이나 사람 사는 모습은 변함이 없다. 예술작품을 읽는 저자의 눈에 우리 모두 이런 존재임이 보이는 것이다. 괜히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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