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햇살 와랑와랑^^

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경청

Jeeum 2025. 7. 18. 13:00

김혜진(2022). 경청, 민음사

 

서변숲 도서관에서 2회 빌린 책. 보내지 못하는 편지와 고양이, 세아 모두 그녀 자신이구나.

 

2025-35 

8/1-8/4

 

오늘(7월 18일, 금요일) 반납한다. 이틀 후 다시 빌릴 것이다. 재밌는 한여름의 생활이다. 작은 사건도 즐거움이 되는 중. 나는 바쁨과 헤어지는 중이다. 다시 빌렸다. 8월 1일부터 읽는다. 왜 경청인가? 말을 잘해야 하는 세상에서 더욱 필요한 건 잘 들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화자 임해수, 일년 전, 꽤 유명한 상담사로 매스컴에서 한 말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는 기사 때문에 쌓았던 모든 것을 잃고 세상과 분리된 채 동굴 속에 살고있다. 길위에 사는 아픈 고양이를 구조하려 애쓴다. 

그녀는 순무가 그저 동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잠깐씩 잊는다. 아니 사람들이 동물이라고 말할 때, 짐승이라고 부를 때, 그 단어 속에 담긴 의미가 얄팍하고 한정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언어가 생략된 순무와의 교감이 그녀에게 이상한 안도감을 준다. 수많은 말들로 소란스럽된 세계에서는 느낄 수 없던 감정이다.(224쪽)

 

날카롭고 뜨거운 무언가. 끊임없이 불씨를 되살리고 활활 타오르게 하는 무언가. 이런 평범한 단어와 문장으로는 자신을 수시로 덮쳐 오는 감정에 대해 말할 수 없다 역부족이다. (9쪽)  

 

그러면 그들 중 누군가가 그녀를 알아 볼 것이다. 불쑥 말을 걸어올지도 모른다. 동의를 구하거나 곤란한 질문을 던지거나 듣지 않아도 될 말을 할지도 모른다. (13쪽)

 

그녀는 트럭 아래 웅크린 그 고양이에게서 자신이 처한 가혹한 현실을 상기하고, 자신의 가여운 처지를 되새긴다.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길고양이에게서 자신의 슬픔과 비애 비통과 울분을 발견하는 건 얼마나 쉬운지, 철저한 피해자 되기, 자신을 향한 이 연민에는 끝이 없다. (19쪽)  

 

태주를 떠올리면 그녀는 늘 기억 속에서 길을 잃는다. 입구만 있고 출구는 없는 존재. 한번 들어서면 돌아나갈 수 없는 관계. 그리고 이제 그녀는 태주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물어볼 수도, 확인할 수도 없게 되었다. 나른한 절망감이 서서히 내려앉는다.(33면) 

 

고양이 뒤로 커다란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이제 막 이파리가 돋아나기 시작한 나무는 튼튼하고 건강해 보인다. 그녀는 부채꼴로 펼쳐지는 싱그러운 초록빛에 잠시 시선을 뺴았긴다. 수직으로 솟구치는 힘, 안간힘으로 피워 내는 잎사귀, 그녀는 흔하고 평범한 나무 한 그루에서조차 고통의 흔적을 발견하려는 스스로가 안쓰럽고 또 얼마간 역겨워진다.(45면)  

 

어제는 네가 나에게 쓴 편지를 꺼내 몇번이나 다시 읽었어.  편지의 내용은 그대로인데 그걸 읽는 내 마음은 매번 달라지는지. 왜 처음 읽을 땐 알지 못했던 것들을 계속 발견하게 되는지.
너한테 고맙다는 말을 한번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다. 언제든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식으로 내가 놓쳐버린 게 얼마나 많은지. (77쪽)

 

그녀는 냉장고를 열어 먹을 것을 찾시 시작한다. 냉장고는 유통기한을 넘긴 식품들로 넘쳐 난다. 채소 칸에는 물컹해진 채소와 과일들이 썩어 가고 있고, 뭐가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는 반찬 통들로 다른 칸들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포장을 뜯지 않은 인스턴트 음식들, 알록달록한 소스 병들, 성분과 효과를 알 수 없는 각종 영양제들. 허기를 잊고 사는 그녀의 일상이 환하게 입을 벌리고있다.(177쪽) 

 

 아줌마는 그냥 제 친구에요. 순무는 다 나으면 제가 키울 거고요. 근게, 선생님. 수술하면 순무 나을 수 있어요?
아이의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떨린다. 그녀는 아이의 어깨를 감싸 주고픈 마음을 억누른다. 그렇게 하면 틀림없이 울음이 터지고 말것이다. 기력없이 축 늘어져 있는 순무가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 소리가 불안과 공포를 키울 것이다. 그년는 이런 생각을 하는 스스로에게 놀란다. 인간이 아닌 동물에게, 어떤 감정이라고 할 만한 것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낯설게 느껴진다.(197쪽)

 

 

순무라구요?
순무야. 어디 한번 보자.
괜찮아.
자, 선생님이 한번 볼게.
아이고, 많이 아팠겠구나.


 

 

세이 

아이는 망설이는 표정으로 잠시 입술을 깨물고 있다가 답한다. 까미방 만들어주기, 잠들기 전에 잘자라고 인사해 주기, 한달에 한 번은 좋아하는 간식 마음껏 머게 해 주기. 그건 까미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아이가 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녀가 그것을 모를 리 없다.(264쪽)

 

 

아뇨. 그건 엄청 옛날이에요. 저 진짜 어릴 때요. 지금은 엄마랑 같이 안 살거든요. 한 달에 한 번만 만날 수 있어요. 근데 지난달에도 그 지난달에도 못 봤어요. 바쁘데요. 맨날 그 말만 해요.(179쪽) 

 

아줌마, 근데요. 저 피구하는 거 봤어요?

 

아줌마, 이제 학교에 오지 마세요. 그냥 거기 공터에서 만나는 게 더 좋을 거 같아요. 고양이들 밥 자리 있는 곳이요. 

 

 

 

월요일 오전. 결심과 다짐으로 마음이 단단해지는 첫날. 지난주의 실패와 과오를 잊고 다시금 출발하기 좋은 순간. 희망과 기대에 불을 지필 시간.(213면) 음...... 그렇군. 월요병 보단 나을 듯.

'가끔은 이렇게 > I Love BOOK^^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란사  (2) 2025.07.26
귤의 맛  (5) 2025.07.21
이만큼 가까이  (2) 2025.07.12
작은 땅의 야수들  (2) 2025.07.12
푸른 들판을 걷다  (0) 2025.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