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주(2020). 귤의 맛, 문학동네.
2025-36
7/18 서변숲도서관 대출, 읽기 시작하다 7/21 마침
성장은 때로 버겁고 외로운 일인 것 같습니다. (조남주)
이전에 빌린 두 권중 한 권을 읽고 나머지를 읽지 못한 채 반납했다. 연장은 안되고 이틀이 지나야 같은 책의 대여가 가능하단다. 굳이 연장이 안 되는 것이 충분히 이해되진 않았지만 그것이 규칙이니 일단 지켜야 한다. 반납을 하고 다시 3권을 빌렸다. 읽은 책이 많아질수록 읽어야 할 책만 더욱 증가한다. 이상한 일이다. 바쁜 일이 소강상태가 되니 책을 읽을 여유도 좀 더 생기고, 정리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의 흐름이 느긋해질 수 있다. 다행스러운 좋은 일이다.
첫 번째, 다윤의 이야기와 소란의 이야기는 와닿지 않았다. 공부를 잘하는 다윤, 동생이 아프다. 소란은 돈걱정 없는 가정이지만 능력이 그저 그렇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가 있었다. 공부때문에 헤어졌다. 하지만 공부를 잘했던 친구는 결국 함묵증에 걸려 결국 우리나라를 떠났다. 흔히 방송에서 만나는 극한의 드라마. 주된 줄거리를 닮아 냉담해졌다. 모르겠다. 공부가 전부여야 하는 아이들의 삶에 왈가왈부할 처지는 아니라 생각마저 조심해야겠지만. 다윤도 소란의 중학생 시기가 뭐라 해야 할지 당황스럽다. 적합한 단어를 찾기 어렵다. 요즘 애들 정말 불쌍하구나. 싶다가 어이가 없다 싶다가 아무튼 정말 이런 거야. 헐. 세상이 미쳤구나. 공부가 뭐라고...
해인의 이야기는 나의 청춘같아서 인지 실감이 난다. 아직도 난 이렇게 직접적이다. 경험으로 내재된 이상의 생각을 하기 어렵다. 이것이 나의 수준인 것을 인정해야 한다. 중국 무역을 하던 아빠. 10년을 같이 일하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한다. 대출까지 한 돈을. 평수를 절반을 줄여 아파트에서 빌라로 이사한다. 끄집어 내놓은 물건이 정리가 될 일이 아니라. 이사가 아니라 쓰레기장을 경험했을 것이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지. 그래서 소설은 픽션이 아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대놓고 하지 못해 만들어낸 것이다. 소설 속에는 심리학의 사례가 너무 많다.
은지는 엄마 아빠가 이혼을 하고 외할머니와 엄마랑 산다. 서울서 살다 신영진으로 왔다. 서울을 떠난 것은 은지가 학교폭력을 당해서이다. 하은이와 잘 지냈다.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다음부터 하은은 냉정하고 멀어졌다. 하은이 은지를 학원 옥상에 가두었다. 뜨거운 날이었다. 증거가 분명해 하은이는 처벌을 받고 전학했다. 은지는 궁금했다. 하은이가 왜그랬을까. 그냥 그냥 그때는 네가 싫었다고 말하는 하은이. 그리고 할머니와 엄마는 은지를 데리고 이사했다.
전에는 학교 앞 정류장을 지날 일이 있어서 봤는데 애들이 하나같이 손에 요만한 핸드북을 들고 서서 중얼중얼하고 있더라니까. 버스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에도 뭘 외우고 있는 거야. 감탄하는 이모와 달리 해인은 그 풍경이 기괴하게 느껴졌다.
"좀비야 뭐야. 왜 떼로 모여서 중얼중얼하고 있어? 이모도 물리지 않게 조심해."(83면)
같은 풍경에 대해 나는 어느 편에 속하는 사람일까 생각한다. 오로지 공부, 경쟁. 버스를 기다리는 잠시도 오로지 암기에 써버리고 마는 학생을 보고 대견하다고 생각했을까. 그만 하라고 좀 쉬라고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하는 어른이었을까. 나이가 들면 왜 어릴 적 자신을 잊어버릴까. 왜 힘든 것들을 추억으로 포장하고 마는 걸까. 작가란 이렇게 변해가지 않도록 모든 진실에 중립적이면서 모든 진실의 존재를 잊지 않고 성장하는 존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