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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어린 개가 왔다

Jeeum 2025. 8. 4. 15:00

정이현(2025). 어린 개가 왔다, 한겨레출판.

 

2025-43

8/4~8/5

 

나의 강아지 또또와 또삐를 생각하며 읽기 시작하고, 읽기를 마친다. 또한 나의 집 가장 낮은 곳에서 태어나 찰나의 시간 눈빛을 주고 받고 떠난 집이를 생각한다. 선택에 따르는 책임은 태어난 모든 생명에게 공평하게 주어져야 하지만 편견에 가득한 내가 그렇지 못했음을 잘 안다. 미안하고 미안하다.

 

 

"이토록 순수한 사랑이 어디서 계속 샘솟는가.
우리는 어떤 이유도 조건도 없이 

서로를 마음껏 사랑하기만 하면 된다"

 

모든 존재에는 사연이 있다. 바둑이게도 그랬다. 3개월령 추정, 3킬로그램 추정, 입양 홍보 계정에 올라온 바둑이에 대한 짧은 설명 뒤에는 '추정'이라는 단어가 꼬리처럼 붙어 있었다. 인간이 모르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어떤 시간에서 도착했다는 의미 같았다.(27쪽)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는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혼자 두자니 안쓰럽고 같이 있자니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다. 녀석이 온 뒤 공유 오피스에 한 번도 출근하지 못했다.(75쪽)

 

나는 소설 속 인물에게 하듯이, 루돌, 루돌, 루돌 하고 입속으로 이름을 여러 번 동글려보았다. 휘파람을 불 때처럼 입술이 오므려졌다. 어쩐지 맑은 환대의 기운이 주변에 깃드는 것도 같았다. 이름을 한 번 부를 때마다 아, 이 아이가 이런 아이구나 알게 되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을 담아 나는 자꾸 그 이름을 불렀다.(81쪽) 

 

어린 개는 어느 새 잠에서 깨어나 있었다. 그 자리에 그대로 선 채 말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어, 벌써 일어났어?" 내가 저를 향해 웃었기 때문일까. 루돌이의 고개가 옆으로 갸우뚱 기울었다. 절묘한 각도였다. 너도 나에게 무언가 궁금하구나. 내가 너를 알고 싶은 만큼 너도 그렇구나. 너도 나를 알고 싶구나. 그렇구나. 나는 그의 마음을 가만히 받아들였다. 우리에겐 주고받을 게 아주 많이 남아있음을 알았다.(87쪽) 

 

이렇게도 생각해본다. 머물러 있는 생활 속에서 한 인간을 기꺼이 행복한 기분으로 살아가게 하는 것은 매일매일 의무적으로 행하는 '빤한' 일들인지도 모른다고. 감당이란 그런 거라고. 그래서 나는 이 계절에도, 다음 계절에도 열심히 돌돌이를 밀 것이다. 그것이 나의 감당이다(218쪽).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개는 아무 것도 감추지 않고 위장하지 않으니까. 그 절대 순수의 세계를 이제 나도 알게 되었다. 나의 어린 개 덕분에(2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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