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4

2023년 첫 농사일

작년 태풍 때문에 텃밭 입구에서 언제나 시원한 그늘을 주던 호두나무가 쓰러졌다. 쓰러진 나무를 잘라내자 가꿀 수 있는 밭이 넓어졌다. 시원하게 뚫린 밭이 감당하기에 너무 넓어 하루하루 일을 미루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아무리 바빠도 포기할 수 없다고 내 입으로 말했던 텃밭이다. 해야할 첫 일은 부추를 가장자리로 옮겨 심는 일이다. 3년을 한자리에 있던 부추는 생각보다 뿌리가 덩어리 지고 튼실했다. 포기를 나누어 심었다. 원래 있던 것 두 줄만으로도 한밭이 가득해졌다. 남은 것은 어쩌나. 조금 더 자라면 잘라먹고 그냥 정리해야 하나 보다. 겨울을 나고 새잎이 파릇파릇 돋아나던 곰보배추도 부추밭 옆으로 옮겨 심었다. 원래도 생명력이 강한 아이들이니 자리를 옮겨도 잘 자라 주리라 믿는다. 양파 밭에 풀이..

김매기 그리고 오이, 깻잎 첫 수확

바쁘다는 핑계로 돌보지 못한 밭에는 풀이 가득하다. 마치 풀을 키우고 있는 것처럼. 유월의 나의 토요일 아침은 뽀시래기 농부의 서툰 농사(?)로 시작된다. 일찍 일어나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고 밭으로 갔다. 어제 비가 내린 덕분인지 하늘도 공기도 맑고, 이른 여름 안에서 기분도 마음도 맑다. 생각대로 밭은 풀 천지이다. 두둑 사이도 밭의 가장자리에도 작물 틈새에도 심지어 멀칭해둔 비닐의 작은 틈새에도 온통 풀, 풀, 풀이다. 풀에도 이름이 있으련만 이름 한번 불러주지도 못한 채 제거하려고만 들어 미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서툰 나의 눈에도 풀들의 생명력이란 기막히게 놀랍다. 두 시간가량 엄청난 양의 풀을 뽑았건만 일은 끝나지 않는다. 10시가 넘으니 초여름의 햇살이 더욱 강해진다. 허리도 뻐근해진다. 물도..

루콜라 파종

어쩌다 수요일이 공강 일이 되었다. 수업이 없다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학기 토요일 출근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토요일 대신 가급적 수요일을 토요일처럼 쓰자고 결정했다. 주 5일을 일하고 2일을 연속하여 쉬는 삶의 리듬에 매우 익숙해져 버렸다. 평일의 중간에 하루를 출근하지 않는다고 일이 없는 건 아니다. 학교로부터 전화를 받아 처리해야 하는 일도 수없이 있고, 학생에게 오는 문자도 토요일과는 전혀 다르다. 내게는 토요일 같은 수요일이라지만 그들에게는 여전히 수요일이므로. 오늘 수요일은 더욱 부지런해야 한다. 개인으로서 나와 조직원(?)으로서 내가 처리해야만 하는 일들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 오로지 나만을 위해 독서하는 시간을 과감히 없애고, 온라인 강의 준비부터 했다. ..

밭 만들기

밭을 만들기 위해 밑거름을 주었다. 지난주 비가 와서 촉촉한 땅을 찾았더니 주인아저씨가 로터링을 해 두었다. 삽으로 땅을 깊게 파서 뒤집어 주고, 쇠스랑으로 돌을 골라냈다. 호미로 땅을 고르게 평평하게 펴주었다. 지난겨울에 심은 양파가 그럭저럭 자라고 있었다. 제대로 고정하지 않은 탓에 비닐이 벗겨진 부분의 양파가 아직 미숙하다. 옆 밭의 양파와 비교하면 나의 양파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 것이 확연히 비교된다. 주인을 잘못 만난 탓이다. 괜히 미안하다. 겨울 동안 방치한 시금치는 씩씩하게 자랐다. 조카에게 몽땅 캐라고 했다. 이들이 지금 나의 식탁에 샐러드가 되어 있다. 감사할 따름이다. 겨울을 난 부추가 제법 푸른빛을 띠며 다시 자라고 있다. 수업이 없는 날 오후에 모종을 사서 옆에 심었다. 이제는 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