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을 지나고 이제 9월이다.. 무덥던 여름 동안 자연의 선물같은 들깨잎과 토마토 그리고 오이를 실컷 먹었다. 이제 그들은 모두 정리를 한 상태. 그래도 어설픈 나의 밭에는 여전히 가지와 고추, 부추와 대파가 남아있다.
가을 당근 씨앗을 뿌렸고, 8월 22일에는 쪽파를 심고, 무를 파종했다. 그리고 9월 4일 김장용 배추 모종을 심고 다음날 시금치도 파종했다. 작년에는 배추 모종 10포기를 심어 신기하게 모두 잘 자라주었는데 올해는 텃밭의 주인장의 더욱 넉넉해진 인심 덕분에 30포기에 가까운 모종을 심었다. 밭에 가보면 이래저래 많은 것들이 있다. 가만히 세어보니 서툰 농사꾼인 나의 텃밭에는 모두 10가지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신기한 일이다.
지난 주에는 무우 싹에 심한 벌레가 생겨 텃밭 식구들이 모두 모여 약을 치기도 했다. 오늘 가보니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다. 밭에는 식물들만 잘 자라는 것은 아니다. 엄청난 풀들이 가을 장맛비에 쑥쑥 올라온다. 여름 처럼 한꺼번에 키가 쑤욱 자라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디 숨었다 이렇게 한꺼번에 나타나는 건가 싶게 정말 많이 나온다. 비가 내린 다음 날, 일찍 밭으로 가 작은 풀들을 뽑고 있으면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가끔 허리가 아플뿐이다. 마음의 위로에 정말 좋다. <불멍>, <물멍>, <구름멍>, <바람멍>에 이젠 <풀멍>까지 너무 좋다.
8월에는 한낮의 더위가 너무 심하고 강한 햇살 때문에 감히 밝은 시간에 움직이지 못한다. 종일 뒹굴거리다 저녁 6시경 슬슬 걸어가 해가 질 떄까지 밭에서 일을 했다. 내가 일을 하고 쉬는 동안 지구의 자전과 공전은 부지런히 이루어지고 있다. 시간의 흐름이 어김 없는 것이다. 9월 들어 이제 햇살의 강렬함이 완연히 작아졌다. 주말에는 아침 운동겸 걸어서 햇살에 비타민 D 합성을 하며 풀을 뽑고 흙을 돋우고 물도 준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걸어서 귀가한다. 텃밭 일 하나로 하루 걷기 설정 걸음 6천보는 거뜬히 걷게 된다. 몸에 좋고 마음에도 좋은 영양제를 맞는 기분이다.
텃밭을 오가는 길에 가을 냄새가 깊어졌다. 밤송이가 가득 달려있다. 가끔 바람에 초록빛 가시를 가득 두른 밤송이가 발아래로 떨어진다. 꽃사과 나무에 사과가 대롱대롱 달려있고, 감들이 소복하게 열려 이제 곧 햇살닮은 빛깔로 물들 준비를 하고 있다. 어느새 도토리 열매가 떨어지기 시작하고, 은행 열매도 바닥에 뒹굴고 있다. 정말 가을이 오고 있나보다.
도라지꽃, 부추꽃, 호박꽃, 금호강변으로 보라빛과 하얀색의 무궁화, 배롱나무꽃, 나팔꽃. 오가는 발걸음은 언제나 가뿐하다. 자연이 주는 기쁨. 언제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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