荻原浩(2016). 海ののみえる理髪店, shueisha.
김난주 역 (2017).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주)알에이치코리아.
읽던 책을 학교에 두고 와서 새로 집어 들었다. 일본 소설집 2편. 모네의 빛깔을 닮은 표지의 풍경화에 바다가 보이가 하늘이 보이고 섬이 보인다. 마음이 제주에 가있는 토요일 아침 독서에 딱 맞을 소설이다.
기온이 조금씩 내려가는 동안 내 속의 쓸쓸함이 조금씩 커진다. 이럴 땐 따스한 사연이나 얘기가 좋은데, 이제 노년기에 접어 든 작가의 단편들이 어떤 느낌으로 내게 올지 설렌다. 주말 동안 함께 할 것이다.
분산 성묘를 핑게로 늦게 부모님의 산소에 다녀왔다. 일요일의 햇살은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로 좋았다. 추석이 지난 들판에는 누런 벼들이 무거운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열매를 모두 딴 사과나무와 복숭아나무의 이파리들은 앙상하게 겨울을 위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산 사람의 기준에서 죽은 이들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고 있을까. 과연 사후 세계란 글자 그대로 존재하는 것일까. 그곳에서 나의 부모들은 먼저 죽은 지인들은 무엇을 먹고, 생각하며, 매일을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나는 죽은 후 묘를 만들지 않기를 원하고 그대로 자연 속으로 바람 속으로 먼지처럼 사라져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먼지처럼 사라진 육신은 다시 어떤 형체를 하고 사후세계에 살게 되는 것일까.
부모님의 이름 앞에 서니 이제 부모님의 부재가 슬픔이 아니라 나의 삶이라는 생각이 더욱 커진다. 엄마. 남은 나의 인생은 어떤 색깔일까. 내가 그리는 대로 잘 그려질까. 하는 걱정과 염려가 묵직하게 남는다.
'오기하라 히로시'는 꽤 유명한 일본 작가인가보다. 나는 처음 알았다. 그러나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인연은 남는 법. 알고보봤더니 보면서 그야말로 펑펑펑 울고 말었던 일본 영화 <내일의 기억>을 쓴 소설가였다. 눈뜬장님이라는 말이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조기 치매를 앓는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가 엄마와 나를 얘기하는 것 같아 울었고, 언젠가 엄마도 주인공처럼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무서워서 펑펑 울었었다. 어째튼 작가는 내공이 깊은 사람이었다.
여섯 편의 단편은 모두 인생의 길에서 만나게 되는 에기치 못한 아픔과 관련된 것이었다. 학대받은 아이가 탈출을 꿈꾸며 바다로 향하며 겪는 사건들. 아이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어른들의 행동을 그린 '하늘은 오늘도 스카이', 자신을 모질게 키웠던 엄마와 오랜 이별 끝에 해후했지만 엄마는 자신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된 쇼코의 이야기 '언젠가 왔던 길', 성공한 이발사였지만 살인을 하고 아내와 아들을 떠나보낸 남자.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를 열었고, 그곳을 찾은 결혼을 앞둔 아들과의 대화를 그린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그리고 나머지 모든 소설의 모티프가 따쓰한 문장이고 낱말로 이루어졌지만 아프고 슬프고 무거운 것이었다. 소설이 절망으로 끝나지 않고 희망을 암시하는 열린 문장으로 끝이 나는 것만이 다행이었다. 쓸쓸해지는 가을이 더욱 무거워질 뻔했는데 그렇지 않아 다행이었다.
이미 지나와 버린 것에 대해 두고두고 후회하는 일이 왕왕 있다. 어쩔 수 없다고 달래봐도 그저 자꾸 생각이 남아서 지금의 시간을 또다시 못쓰게 만드는 일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 오기와라 히로시의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바빠진 나를 달래며 그러지 말고 잠시 서서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 같다. 그의 장편을 읽고 싶다. 열린 결말 대신 작가가 끝까지 걸어간 길에 어떤 선택을 했는지 읽어보고 싶다. 겨울이 시작될 즈음 다시 오기하라 히로시의 책을 열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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