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일기

한줄 일기 2021. 10. 06

Jeeum 2021. 10. 6. 11:09

어젠 일이 너무 많았다. 현장과 줌을 연결한 특강을 진행했다. 새로운 연결 방식으로 1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특강에 참여했고, 그 일의 전후에 해야 할 일들이 정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아침부터 몸이 좀 그랬다. 뇌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았다. 잠을 못 잔 것도 아닌데 며칠을 못 잔 것 같은 느낌. 붕 떠있는 느낌. 그래서 일하는 내내 힘들었다. 끝나고 나니 지쳐버렸다. 

 

오늘은 수업이 없다. 그래도 오후에 회의가 잡혀있어서 조금 늦게 출근하기로 했다. 일찍 일어나 식사하고 밭으로 걸어갔다. 이른 시간에는 산책객도 적다. 길게 뻗은 나무들 사이로 밤새 내려앉은 공기들 사이로 햇살에 반짝이는 강물이 보인다. 땅이 촉촉하게 이슬에 젖어 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풀을 뽑고 땅을 골랐다. 한 시간 정도 몸을 움직이고 나니 몸도 마음도 편해졌다.

 

 

밤새 떨어진 밤들이 잔뜩 있었다. 주워가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나 조금만 주워왔다. 신선한 상태에서 그냥 삶았다. 맛이 어떨지. 그저 보기에도 토실토실 살이 오른 밤이 이쁘고 단단하다. 속이 꽉찬 청춘을 닮았다.

 

 

어느 날 동대구역사 내 꽃집에서 길게 자란 '개음죽'을 보았다. 푸르게 곧게 뻗은 것이 마음에 들어 한 꾸러미 집으로 가져왔다. 유리병에 꽂았더니 허전했다. 빼 곡 빼 곡 들어찬 것보다 빈 곳이 많은 공간에 살고자 하면서도 여전히 허전한 것을 지나치지 못한다. 병이다. 고쳐야 하는데.  지난 주말에 꽃시장에 가서 요렇게 이쁘고 연한 빛깔의 장미를 사 왔다. 함께 꽂으니 너무 이쁘다. 사실 비비드 한 컬러의 꽃을 사려고 했었는데 보는 순간 이것으로 결정했다. 연한 빛의 장미를 거실에 꽂으니 내 공간도 생기가 도는 것 같다.

 

 

내 머리와 마음에도 생기가 넘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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