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2022-15

Jeeum 2022. 2. 11. 09:07

요조 & 임경선 (2019).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 문학동네. 

 

언제나 그러하듯 둘은 만날 수 없는 먼 인물이다. 다만 책 속의 문장으로 만나는 인격이다. 다른 몸을 가진 두 명의 인간이 특히 여성에게 관계라는 것이 생기면 둘 사이엔 생각과 말이 오가게 된다. 생각이나 말은 공기를 타고, 때로 시각을 타고 둘 사이를 오간다. 그 속에는 우정, 사랑이라는 모양의 다양한 감정과 정서가 생겨난다. 

 

문자로 만남으로 주고받는 그녀들의 구구절절한 시간은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 '요조와 임경선이 교환일기'로 소개되고, 책으로 나왔다.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라는 제목으로~ 40대의 소설가 임경선과 30대의 책방 주인(이밖에 다양한누군ㄱ 캐릭터가 존재하는)의 시시콜콜한 얘기. 

 

직업이 뭐든 여자들의 말은 수다스럽다. 수다에 불과한 그녀들의 얘기지만 형식이 일기이다보니 얼마나 솔직하고 발직한 생각들이 있을까 싶은 묘한 호기심이 발동했고 관심이 갔다. 더불어 내게는 이미 지나버린 과거가 된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그녀들의 얘기가 50대를 나를 자극해주면 좋겠다 싶었다. 건강하게 자극해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도 있었다. 

 

눈을 사용하여 읽기를 마치고, 이제 직접 자신들의 일기를 읽어주는 목소리를 귀를 통해 다시 복기하듯 듣고 있다. 역시 보는 것과 듣는 것을 매우 느낌이 다르다.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기 위한 행동을  누군가는 '이기적'이라 비난하고, 그로 인해 후회하고 자책감을 느낄지도 몰라. 하지만 나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분명한 해나 민폐를 끼친 게 아니라면, 세상의 기준이나 타인들이 만들어내는 잡다한 소음에 휘둘릴 필요가 없더라. 또한 완연한 어른이 되어 솔직하기로 작정한다는 건, 그만큼 리스크를 져야 한다는 것과 동의러라는 것도 알게 되었어. 하지만 감당해야 할 그 모든 짐을 감수하고서라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솔직함'은 살아가는 데 장기적으로 옳은 방법'인 것 같아. 솔직함을 포기하면 당장의 불편함이나 위기는 모면해도 가면 갈수록 근본적인 만족을 못 느끼고 '얕은 위안'으로 '겨우 연명'하거든. 난 그런 거 싫어. 나는 충만감을 원하고, 내가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감각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해.

 

'나다운 삶'을 찾기 위해서라면 나는 ~~ '하고 싶은 걸 찾기'보다 '하기 싫은 걸 하지 않기'부터 시작하는 거지. 왜냐, '좋음'보다 '싫음'의 감정이 더 직감적이고 본능적이고 정직해서야. '하기 싫은 것/곁에 두고 싶지 않은 사람' 이런 것들을 하나둘 멀리 하다보면 내가 뭘 원하는지가 절로 선명해져. (임경선)

 

어떤 솔직함은 못됐다는 거 언니도 아시죠. 타인이 민망을 당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타인이 상처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타인이 상처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누군가는 솔직이라는 무기를 이용해요.(요조)

 

어쩌면 나는 내 나이를 여전히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아. 지금 내 나이에 대한 나의 기본 입장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반신반'야. 약국에서 처방전 약 탈 때, 약봉투에 내 이름과 나이 반드시 적어주잖아. 나 그거 볼 떄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어렴풋이 체감은 하고 있지만 '에이 설마, 농담이지?" '거짓말이지?' 뭐 이런 느낌이야.(임경선)

 

아무튼 요조야. 나는 가끔 네가 조금 덜 퍼주고, 더 못돼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너의 그런 개방성이나 차별하지 않는 평등주의적 태도가 너만의 어떤 부드러운 결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해. 

생각해보렴. 만약 요조가 자신이 가진 자원을 얄짤없이 관리하는 데 능한 사람이었다면, 너의 목소리가 결코 지금의 그 나른하고 다정한 목소리가 아니었을거야. 남들보다 조금 더 마음이 헤퍼서 조금 더 손해보고 상처입는다 해도, 그래도 역시 '줄 수 있는' 사람. '주는 법을 아는' 사람은 더없이 근사할거야(임경선)

 

나는 아무리 건강한 게 최고라 해도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갈 떄 건강하기'만' 하면 무슨 소용이냐고 항변하고 싶어.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말은 맞으나 그렇다고 '건강이 인생의 모든 것'은 아닌 것 같아. 건강 자체가 삶의 목적이나 열정이 되는 인생은 어쩐지 심심하고 쓸쓸해.(임경선)  

 

나중에 한번 잘 봐봐. 작정하고 감동을 주려고 한다거나 훈시하거나 선동하는 건 아냐. 하지만 이 에세이에서 나온 이야기가 가지는 함의나 의미, 교훈을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슬쩍 스쳐지나가듯 힌트만 주고 가. 어떻게? 기존에 술술 넘어가던 글과는 온도나 속도가 다른 문장, 혹은 어떤 표현으로 말야. 그런 거들이 우리 마음 속에 부드럽게 여운을 남기기 거지.(경선)

 

무엇보다 내 인생이 펼쳐지는 토양을 개간하기 위해서 시간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가를 따져볼 때, 원고 한 장에 급급하고 노래 한 곡을 땀땀히 메꿔나가는 것이 요조라는 땅에는 가장 적절한 조치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비록 그것이 상대적으로 작은 파이이고 할지라도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점점 이 어쩌 수 없다는 사실을 여러 갈래로 명맥하게 체험하게 되요.  책을 한 권 읽을 떄도 손에 잡히는 대로 덥석 잡아 읽기보다는 이중에 어떤 책이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가를 따져보게 되고, 사람을 만나는 자리가 있어도 지금의 나에게 이 자리가 유용한가를 따져보게 돼요.(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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