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2013). 객주 1. 문학동네.
2023-2
빌려두고 오래 묵혔다. 읽기 시작하기 조금 망설였다. 이유? 당연하다. 빠질까 봐. 무엇인가에 깊이 빠지는 것이 약간 두렵다. 연체 반납 통지서가 왔다. 펼쳤다.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아 적응하기 힘들다.
전체 10권. 내처 읽을 수 있을까. 걱정이다. 할까 말까 싶을 때는 하는 게 맞다고 했던가. 자신이 없을 때는 생각 자체를 안하는 게 상책이라 했던가.
배경은 조선 그것도 혼란의 후기, 경상도, 보부상.
읽기 시작했다.
첫 문장.
샛바람 사이를 긋던 빗방울이 멎자 금방 교교한 달빛이 계곡의 억새밭으로 쏟아져 내렸다. 계곡에 널린 돌과 바위들이 차갑게 빛났다. 이경이나 되었을까. 신선봉 협곡으로 내리쏟아지는 바람결에 간간이 여우 울음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숨겨진 한국인의 유전자가 작동한다. 괜히 없는 고향의 소리와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적응이 되려나 싶지만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