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곁에 있었던 2019년 겨울,
엄마 곁에서 2020년을 계획했었다.
그 중 하나가 제주 올레 완주하기. 이를 위해 월 1회 제주 가기
갑작스런 엄마와의 이별로 1월 한달이 분주했다.
무모했거나 아님 충동적인 계획도 아니었지만 그렇게 날은 갔다.
함께 올레를 걷기로 했던 친구도 몸이 안좋아 덮어놓고 가자고 할 형편도 아니었기에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친구가 먼저 재촉해 주어 감사한 마음에 떠날 수 있었다.
1월 31일 10시 대구 출발
2월 1일 9시 5분 제주 출발
비행기를 예약하니 이미 마음이 제주도로 올레길로 가있었다.
제주 올레길은 이미 7코스의 일부, 우도길, 3코스 일부를 걸어본 적이 있으나 시작점에서 종점까지 걸어본 경험은 없다.
언젠가 꼭 전 26코스, 425킬로를 꼬닥꼬닥 걷고 싶었다.
걷는 걸음이 거북이 마냥 느리고 서툴러서 시간은 걸리겠지만 언젠가~~했었다.
인터넷으로 두개의 패스포드와 안내책자를 샀다.
나도 나지만 아직 아픈 친구를 위해 난이도 하 코스중 내가 좋아하는 종달해변까지 걷는 전체 올레중 마지막 코스인 21코스를 선택했다.
이틀 중, 날 좋은 날 천천히 천천히 걸어볼 요량으로~
아침 조식을 프랑스인마냥 즐기느라 시간이 지체되었다.
출발점인 제주 해녀 박물관에 도착한 것이 12시 경.
역시 제주는 제주. 바다가 가까워서 인지 바람이 몸을 움추리기 했다.
12시 12분.
출발점 스탬프를 기분좋게 의기양양하게 찍고 출발!!!!!!
드디어 걷기 시작했다.
제주 해녀 박물관 주차장은 조용했다.
출발점을 확인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빨갛고 파란 리본과 파란 화살표가 쉽게 보인다.
그 기호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면 된다고 한다. 오늘은 파란 리본을 따라가보자.
두사람 모두 기대때문인지 약간 긴장했다.
숨비소리길
'숨비소리'란 잠수하던 해녀가 바다위로 올라 참던 숨을 휘파람과 같이 내쉬는 소리라고 한다.
파도 속에 숨을 참으면서 노동을 하다 잠시 떠올라 내쉬는 숨. 생명의 숨인 셈이다.
휘파람과 같이 낸다고 하니 여기저기 바람결에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연대 동산
낯물밭길을 따라 별방진이 나올 때 까지 소박한 돌담길을 꼬닥꼬닥 걷는다.
돌담 아래 엉컹퀴, 토끼풀, 개불알꽃(?), 유채꽃
낯설고 눈에 익은 작은 꽃들이 가득하다.
시간을 걷는 여행자의 걸음을 따라 함께 걷는 작은 친구들이다.
3Km 별방진 도착
별방진에서 앉아 노지 귤 까먹기
하도라고 적인 바다를 바라본다. 별방진이 막아주는 내륙쪽으로 정겨운 빨래터가 한눈에 보인다.
마을 할머니가 알려주셨다. 빨래터라고~~
멀리 바다를 왼편으로 끼고 다시 걷는다.
친구는 말한다. "바다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아요."
나는 오래 보면 바다가 질리는데 바닷가 출생인 그녀는 그렇지 않나보다.
걷기에 너무 적당한 날씨다. 오리털 파커는 벗어 가방에 넣고 겨울 맨투맨 하나만 입고 걷는데도 전혀 춥지 않다.
딱 좋다.
중간점인 석다원 도착
스탬프 챙기기
길건너
김대중 대통령이 드셨다고 커다란 현수막이 붙어 있는 해물 칼국수집
아쉽지만 아직도 롯데호텔 조식이 뱃 속에 가득해서~ 포기
화장실 볼일을 보고 쉼터에서 체력 보강
나도 그녀도 아직은 무턱대고 걷기에는 체력 딸림
에너지 조정이 필요함
우리에게 남는 건 시간뿐 인데 뭐??... 아직까지 출발시간은 머니까
해안도로를 걸어서 토끼섬이 보인다는 해변에 이른다.
5km 이상을 걸었다. 친구가 다소 힘들어 하는 것 같아 제주도 동북해변이 한눈에 들어오는 카페
토끼썸으로 들어갔다.
비엔나커피와 라테를 천천히 바다를 음미하며 마신다.
아! 좋다.
제주 올레 안내 가이드의 글을 큰소리로 읽는다.
이제 우린 하도 해수욕장과 철새 도래지가 있는 곳 까지 2킬로를 걸어가야 한다.
친구야! 힘내자..
해안도로에서 바다를 즐기며 걷다 기념사진 하나씩 남기기로 하고 한컷~~
해를 마주보고 찍느라 결과물은 별로지만
우리의 시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보관함
이제 마지막 1/3에 해당하는 난코스를 남기고 해안도로와 헤어진다.
바다여! 잠시 안녕.
이제 오름으로 가야해.
21코스중 가장 힘든 지미봉을 올라야 한다.
무우밭을 지나 지미봉 입구에 도착했다. 둘러가는 길이 있다. 나도 친구도 겁이 난다.
올라갈 수 있을까? 둘러갈까 하고 친구에게 물었더니 안된단다. 정코스를 걸어야 한단다.
그렇다.
이런 그녀가 좋다.
지미봉은 제주도 동쪽 끝에 있는 오름이다. 높이 165미터 밖에 안되지만 정작 경사도는 장난이 아니다.
10번을 세면서 걷고, 20번을 세면서 오르고, 30번을 세면서
정말 아주 천천히 걷는다.
도중에 친구의 어려웠던 이야기를 듣는다.
얘기를 하면서 산을 오르는 힘듬을 잊어버렸으면 하는 맘으로
일부러 얘기를 끌어냈다.
생각보다 아픔이 많은 여성이다.
친구여!! 지금 당신은 당당한 여성임을 잊지 말기를~~
드디어 정상!
야호 !! 부산에서 왔다는 한무리의 경상도 어르신들로 복잡복잡.
물한모금 마시고 다시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이 더 힘들다.
계속되는 계단을 걷는다. 무릎이 계속 흔들거려 불안하다.
드디어 다 내려왔다.
지미오름 입구에서 화장실을 다녀왔다.
왼쪽으로 종달 선착장이 보인다.
북카페가 있다. 얼른 들어가고 싶은데~~ 시간이 모자라 패스. 아쉽.
다시 종착점까지 바닷길.
우도가 보인다.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역시 제주 바다이다.
이제 힘이 많이 빠졌다. 친구야. 힘내자.
이제 마지막 종달바당까지 1킬로도 남지 않았다.
드디어 도착.
마지막 스탬프를 힘차게 찍었다.
시간 4시 55분
안내서에 나오는대로 약 4시간이다.
쉬멍, 놀멍, 즐기멍
걷는 길.
2월 1일
계획대로 포문을 열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천천히 가다보면
완주도 할 수 있겠다.
지금의 나에게 빠뜨릴 수 없는 사람
엄마!
엄마!
하늘을 나는 새만 보면 엄마를 부르게 된다.
우리 엄마는 아마 새가 되어 어딘가 자유롭게 날고 있다고 믿고싶기 때문이다.
높은 곳에서 날면서 나를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엄마!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잘 살아볼께요.
제주야! 고마워.
친구여! 고마워. 가자고 해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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