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베란다 꽃밭

나의 베란다 꽃밭 1

Jeeum 2021. 3. 26. 06:16

2014년 4월 15일

 

지난해 가을, 엄마와 함께 연경동 꽃시장에서 사 온 
노란 국화입니다.
다지고 나서,
추운 겨울 동안 실내로 들여놓은 적도 없는데 어느새 잎이 무성해지고 피어날 꽃봉오리들이 잔뜩 열렸습니다.

이 봄날에~~~

 

 

나머지 싹은 채송화입니다.
작년에 받아논 씨앗을 뿌렸더니 이렇게 자랐어요. 곧 분갈이를 해야 합니다.

제가 베란다에서 꽃을 가꾼다는 게 이상한 분들 많을 거예요. 저도 같은 기분입니다.

꽃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엄마 때문입니다.

 

 

지난해, 엄마가 다쳐서 입원한 이후로 집안 살림은 본격적으로 저의 몫이 되었어요.
원래 꽃을 좋아하던 엄마가 가꾼 베란다에는 많지는 않으나 늘 싱싱한 잎과 꽃들이 가득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느낌이 사라졌어요.

나이 때문에 취미도 흥미도 바뀌나 생각했지만
사실은 치매란 병이 찾아들기 시작한 것이었지요.
자식들이라고 하나 그것도 모르고......

 

입원 후에 앙상해진 베란다를 정리하면서
퇴원 후 엄마를 위해 하나씩 화분을 정리하고
책을 사서 꽃에 대해 공부하면서
베란다 꽃밭을 키우고 있습니다.

 

퇴원한 엄마에게 칭찬을 받을 거라 기대했지만 전혀 그렇진 않았어요.

일부러 화분을 들이밀면서

"엄마 이거 무슨 꽃?"하고 물으면
놀랍게도 정확하게 맞추는 것이 신기했지요.

 

그래서 외출하기 싫어하는 엄마를 달래고 달래서 국화 화분 4개를 샀는데 모두 지금도 꽃이 피어있습니다.

채송화는 엄마 입원하셨던 병원 옥상 화단에 널려있었어요. 주말에 병원에 갈 때마다 산책하며 보다 몰래 작은 채송화와 과꽃 싹을 훔쳐와 나의 베란다에 심었고, 그 채송화에서 얻은 씨앗을 올봄 뿌렸습니다.

과꽃은 잘 자라서 꽃이 피었지만
책에서 보는 것처럼 엄마가 어릴 적 보았던 것과는 다르더라고요.
금세 죽어버렸어요.

제가 잘못 키운 탓이겠지요.

 

이렇게 저의 베란다 꽃밭이 시작되고
지금은 제법 꽃이 있습니다.

조금씩 엄마와 저의 스토리를 소개할 까 합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

 

이 글은 2014년 4월 15일 카카오스토리에 적은 것입니다. 엄마를 기억하며 다시 나의 베란다에도 봄이 왔어요. 예전만큼 많은 것들이 있는 풍성한 베란다는 아니지만 다시 정리하며 베란다 꽃밭 일지를 정리해 둘까 합니다.

 

'가끔은 이렇게 > 베란다 꽃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베란다 꽃밭 6  (0) 2021.05.10
나의 베란다 꽃밭 5  (0) 2021.03.26
나의 베란다 꽃밭 4  (0) 2021.03.26
나의 베란다 꽃밭 3  (0) 2021.03.26
나의 베란다 꽃밭 2  (0) 2021.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