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7-1 코스를 걷는다. 해발 400m의 고근산 정상에서 중간 스탬프를 찍고 내려오면 제남아동복지센터 입구를 지난다. 센터로 들어가는 길에 메밀꽃이 가득 피어 있었다. 한여름의 메밀꽃이 신기했다. 푸른 하늘과 돌담, 돌담 사이의 하얀 꽃. 조카도 나도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
기분 좋게 다시 서귀포 도심으로 접어든다 싶은 네거리에서 식물에 둘러싸인 책방을 발견했다. 그야말로 우연이 딱 좋은 타이밍에 동네책방 <Deep into Books, Interview 2F>가 있었다. 이 책방은 천천히 걷는 사람에게만 쉬 발견될 수 있는 곳에 있었다. 그저 스쳐 지날 수 없어 혹시나 가능하면 차도 한잔 하고, 다리도 쉬어 가기로 하고 책방을 들어섰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거친 펜으로 자유롭게 그린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고, <이달에 만나볼 책>, <심야책방> 등 책방의 안내와 행사와 관련된 포스터들이 붙어 있었다. 숨어있는 책방이 얼마나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정보가 가득했다. 불끈 책방의 힘이 느껴졌다.
2층 입구, 유리문에 'Deep into Books, Interview, Books Rereshments'라 적혀 있다. 책 속으로 들어가 책과 함께 새로워질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책방지기는 '엄마 같은' 분이었다. 산을 내려와 우연히 여기가 눈에 띄었다고, 그저 지나칠 수 없어 들어왔노라고 차도 주느냐고 했더니 당연히 드린다고 해주었다. 커피와 미숫가루를 시키고, 제주 관련 도서들이 전시된 바닷가 쪽의 자리에 앉았다. 창 너머로 서귀포 바다가 펼쳐진다. 책도 보고, 풍경도 즐기고, 여기에 앉아 시간을 보내면 머리와 함께 가슴도 리프레시될 것 같다.
책방에는 코너마다 작은 테이블이 하나씩 놓여 있다. 맘에 드는 책을 들고와 살펴보기 딱 좋은 그런 자리들이...... 거의 모든 벽면에 창이 나있고, 창 너머로는 한라산도 보이고 바다도 보인다. 맑은 날이든 흐린 날이든 상관없이 그날의 자신에게 맞는 책을 자신의 자리에 앉아 바다를 보고 산도 보며 책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책장이 모두 창아래로 비치되어 있어 책을 볼 때는 시선을 아래로 했다가, 책 한 권을 뽑아 들면서 창밖을 한번 보고, 자리를 찾아 앉으면 책 속의 시간 속으로 여행을 하게 되겠지. 서가 곳곳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작가들의 자필 서명이 꽤 많았다. 주인에게 물어보니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주춤하지만 매달 한 번씩은 <심야책방>을 열고 있다고 했고, 가능한 많은 분들과 다양한 활동 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동네 책방 interview에서 내가 고른 책은 '디어 마이 호근동'이다. 짙은 초록색 표지에 크레파스로 그린 동백꽃이 아주 작은 액자처럼 담겨 있었다. 같은 그림이 담긴 메모지와 함께 책방 입구에 디스플레이되어 있어 무슨 책인가 하고 봤더니 호근동에서 평생을 사신 어르신들이 모여 그린 그림, 호근동 어르신들이 살아온 제주와 청춘, 마을에 관한 얘기가 담긴 책이었다. 또한 동네책방 Interview가 발행한 첫 책이어 내가 이 장소를 기억하고 추억하기 딱 좋은 책이었다. 책방을 나와 나머지 올레길을 걸으며 '호근동'이 얼마나 좋은 동네임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서귀포 호근마을을 지키는 동네책방이 얼마나 마을을 사랑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혹시나 싶어 검색을 했더니 관련된 기사가 꽤 많았다. 모두 참고하시고 가까이 가는 길이 있으면 꼭 들려보면 좋겠다.
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328196
기자 때려치우고 제주가치 책으로 읽어주는 부부 책방지기 - 제주의소리
삐악삐악, 어미 닭의 뒤를 졸졸 따르는 병아리가 금방이라도 눈앞에 나타날 것처럼 봄 햇살이 화창하다. 책방 근처에 차를 세웠을 때, 노란 튤립이 병아리 대신 날 반긴다. 유채밭을 스치며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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