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진(2009). 한없이 멋진 꿈에, 문학동네.
사실일까? 모른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죄를 짓고 살지 않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죄를 짓고도 모른 척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지은 죄를 숨기고 살면서도 날마다 벌을 달게 받는 사람도 있다. 당연한 벌을 받는 고통을 잊기 위한 최소한의 몸짓 혹은 발버둥을 나무랄 자격이 우리에겐 없다.
경수는 죄를 지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일까? 자신을 바라보는 유경을 닮은 까만 눈동자를 외면하지 못한다. 어깨에 남겨진 상처는 자신의 죄를 생각나게 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자신이 유경을 품어주지 못했고 때문에 그런 파국이 생겼다는 것도 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누군가의 처절한 아픔이나 트라우마마저 수용해야 하는 것이라면 경수는 그런 사랑을 가진 사람은 애초에 아니었다.
그래서 경수는 죄를 지었다. 죄를 지었다는 것을 알기에 날마다 지옥같은 벌을 받고 산다. 날마다 복잡하게 일을 하고, 피곤함에 절어 산다. 더 이상 평범하게 살지 못한다.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은 경수 스스로 선택한 벌이다. 그 벌을 받는 자신을 숨기려 세련한 도시남의 이미지를 만들지만 몸에 남겨진 상처와 기억은 그를 아름다운 남자로 남게 하지 않는다.
경수는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한다. 유경의 아픔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던 죄, 혹여 알았더라도 모른 척 하고자 했던 죄의 대가로 '특별한 사랑'을 부여받았다. 그 특별한 사랑은 때로 경수에게 위로를 줄진 모르지만 평생 경수에게 고통을 줄 것이다.
사람들은 가면을 쓰고 산다. 어떤 가면을 쓸지는 스스로의 선택이다. 가끔 가면조차 외면하는 사람도 있다. 너무 속이 빤히 보이는 사람들은 가면을 쓴 것일까 아님 가면을 쓰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일까. '순수함' 이란 과연 있기는 한 것인가? 순수함을 가장하고 살기엔 세상이 너무 가혹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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