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저, 이영희 역(2013). 걷는 듯 천천히, 문학동네.
다시 고레에다 히로카츠의 영화가 칸 영화제를 통해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번에는 우리 배우들과 협업했다. 꼭 상영관에서 보고 싶다.
그의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걸어도 걸어도>, <바닷마을 다이어리>, <아무도 모른다>를 봤다. 그의 영화는 밋밋했다. 자극의 범주라고 할만한 강한 것이 없어 보였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뭔지 얼른 이해되지 않았다. 어쩌면 진짜 <천천히 걸어봐야> 깨달아지는 영화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화가 인상에 남았던 이유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자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너무 리얼했다는 것, 크리스마스에 돌아온다고 말해놓고 아이 넷을 버린 엄마, 버려진 아이들이 황폐해져 가는 과정 또한 너무 그럴듯해서 감히 뭐라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감독의 일기이기도하고 메모장이기도 하다. 자신의 성장, 가족, 다큐멘터리, 영화 그리고 배우에 대해서 까지 오래 생각하고 판단하여 적은 서사가 아니고 그저 당시 느껴졌던 그것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 메모장 같은 느낌이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지극히 아주 지극히 평범한 사람의 삶. 일상이라 불리는 것들, 작은 찰나들이 모여 일상이 되듯, 찰나 속에 모든 개인에 의해 만들어진 당연한 것들에 대해 예민한 감각으로 지각하고 사람들도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감독은 평범함을 추구하지만 여전히 그의 영화는 절대 평범하지 않은가 싶었다. 영화는 스토리가 아니라 <그들의 내일을 상상하고 싶게 하는 묘사>라는 말이 예사롭지 않다. <아무도 모른다>의 아역배우들이 대본없이 연기했다는 것도 놀랍다. 특정한 목적을 갖고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그래서 자기표현이 아니라고 하나? 그저 소통(communication)이라는 의미는 뭘까? 그는 우리와 무엇에 대해 소통하고 싶은 걸까?
버려진 아이로서 살아가는 삶, 아들이 아들이 아님을 안 아빠. 아빠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아빠가 아닌 것을 알아버린 아이의 마음에 이는 바람, 엄마가 다른 자매들과 살아가는 소녀의 어색하지만 훈훈한 마음. 모두 다 이런 거지라고 말해주기보다 너는 어떻게 봤니라고 물어봐주는 영화. 보고 나면 끝이 아니라 지금부터 이에 대해 이야기 한번 해봅시다라고 다가오는 영화가 고레에다의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섬세한 감각이 그저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염>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수염의 까슬까슬한 느낌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기억한다. 두살에 뺨에 남겨진 촉감을 기억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나는 두 살은커녕 초등학교 때의 일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기에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이리라. 아버지의 시신을 두고 기억이 되살아나 밤새 울었다던 감독의 모습을 생각하며 삶에서 가장 중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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