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모(2011). 아가미, 자음과모음.
2024-40
7/20~7/25
아가미가 있는 아이. 물에 빠져 있던 다섯살 아이를 구했더니 아가미가 달려있다고...
노인과 강하는 힘들고 팍팍한 인생을 살고 있다. 발을 딛고 살고 있는 땅은 풍요나 삶의 질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거기 냄새나는 저수지는 사람들이 생을 마치러 오는 장소다. 그 오래된 저수지에서 5살 아기를 구했다. 그 아기는 특별한 아기였다. 남다른 신체를 갖고 있어 자신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소년이었다. 어렵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셋은 가족이 되어 살았다.
반인 반어. 아가미, 비늘이 있어 물에서 더 자유로운 사람 곤. 언젠가 곤은 이들을 떠나야 했다. 강이 있는 곳을 찾아 존재조차 희미하게 자신을 숨기고 산다. 사람들의 눈이 없는 곳 물 속에서 곤은 자유를 느낀다.
홍수는 원래 재앙이었다. 홍수로 강하와 노인이 사라졌다. 해류는 죽을뻔 했지만 살았다. 곤이 그녀를 구했다. 삶이 안정되자 곤을 찾아 나선다. 그 길에 강하를 만나 짧은 사랑을 했다. 강하는 홍수 속에 노인을 구하고자 떠났다. 둘이 사라졌다. 시체조차 찾지 못했다.
곤은 지금도 물 속을 헤맨다. 노인과 강하를 찾고 있다. 그의 생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의 지면을 헤맨다. 노인과 강하를 찾다. 아가미가 있어 고된 삶이었던 곤은 자유로웠던 물 속에서 다시 아픔과 고통 속에 두 사람을 찾는다.
삶이란 왜 이다지 누군가에게 잔인한 것인가. 곤이 노인과 강하를 찾아 해매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곤은 조금 망설이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도망침으로써 자신에게 편리한 결과를 얻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기에, 다른 모든 할 말과 비통함이나 고마움 그리고 미안함같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느 모래처럼 수습 불가능한 감정들을 젖혀두고 이렇게만 물었다.
"날 죽이고 싶지 않아?"
그것은 강하가 원하면 그렇게 되어도 할 말 없다거나 상관없다는, 가진 거라곤 남들과 다른 몸밖에 없는 곤이 보일 수 있는 최소한이 성의였다. 그때 라이터에 간신히 불꽃이 일어났다.
"......물론 죽이고 싶지."
작은 불꽃이 그대로 사그라드는 바람에 곤은 그 말을 하는 강하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곤한테 다시 후드를 씌운 뒤 조임줄을 당겨 머리에 단단히 밀착시키고 강하는 이어서 말했다.
"그래도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
살아줬으면 좋겠다니! 곤은 지금껏 자신이 들어본 말 중애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예쁘다'가 지금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폭포처럼 와락 깨달았다. 언제나 강하가 자신을 물고기가 아닌 사람으로 봐주기를 바랐지만 지금의 말은 그것을 넘어선, 존재 자체에 대한 존중을 뜻하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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